"오늘은 여기 까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서책을 덮는 초혜의 앞에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아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화이송단이 평저현에 머무르는 동안 간략하게나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글 공부를 초혜가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아이들 속에는 사도연은 물론이고 하연정과 포청천 또한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자신을 선망(?)의 눈으로 올려다 보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흐뭇하게 바라 보고 있던 초혜는 일순간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사도연이 자신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혜가 누구던가? 짧은 순간 가볍게 쌱 무시하는 것으로 결정내린 초혜는 사도연을 못 본척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또 다시 사도연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이번에는 아예 몸까지 반쯤 일으킨 채 거듭해서 손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사도연을 확 째려봐준 초혜가 약간 짜증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왜?"
"궁금한게 있어"
"하지마"

"뭘?"
"궁금해 하지 말라고"
"싫은데"

"까분다!"
"이른다!"

그 순간 초혜의 고개가 좌우로 빠르게 돌아갔다. 지켜 보는 아이들의 귀로 '샤샥'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뒤이어 주위에 요주의 인물이 없음을 재빠르게 확인한 초혜는 느긋한 마음을 갖고 비릿한 미소를 베어물며 재차 입을 열었다.

"뭐 그러던가"
"진짜지?"
"마음대로 하셔"

"뭘 마음대로 하라는거니?"
"히엑!"
"왜 이리 놀래?"

"아우~ 설지 언니! 기척 좀 내고 다녀"

초혜로 부터 일찌감치 요주의 인물로 선정된 설지의 등장이었다.

"응? 본디 여자는 이렇게 조신하게 다녀야 하는거 아니니? 그렇지? 얘들아!"
"네~"

이십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이구동성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거봐! 그렇다잖아"
"얼어죽을 조신은 무슨... 그보다 별일 아니니까 가던 길이나 쭉 가셔, 방해하는 것도 없이 환하게 열려 있네, 얼른 가! 얼른. 훠어이~"

손사래 까지 치면서 자신을 보내려는 초혜에게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만 같은 표정으로 달콤한  미소를 지어보인 설지가 말했다.

"호호호, 싫은데 어쩌나? 그보다 연아! 무슨 일이니?" 
"응! 그게 말이야, 내가 궁금한게 있다고 하니까 초혜 언니가 궁금해 하지 말랬어"
"뭐? 그게 말이야? 당나귀야?"

"당나귀야! 헤헤헤"
"호호호~! 그렇구나. 헌데 혜아 넌 아이들이 궁금한게 있다고 할 때 마다 전부 그렇게 응수하니?"
"뭐? 그럴 리가 절대 없잖아"

"허면?"
"아 생각해봐, 연이 저 녀석이 궁금하다는건 보나마나 말도 안되는 걸테니까 그러는거 아냐"

분명하다는 듯 단정지어 말하는 초혜였다. 사실 초혜의 예상이 그리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보여준 사도연의 행적을 돌아보면 말문을 막히게 하는 예상 밖의 질문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데 '겨울이 되면 매미는 어떤 옷을 입어?'라던가 '나뭇잎은 왜 투명하지 않아?'라는 식의 질문을 툭툭 던지곤 했던 것이다.

"그래도 들어는 봐야 할거 아니니, 그래 연아 뭐가 궁금한데?"
"응! 딴게 아니고 소림이랑 무당이랑 싸우면 어느 쪽이 이겨?"

그 순간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철에나 불어 올 것 같은 썰렁한 바람이 사도연과 설지의 주위를 헤치고 지나갔다.

"저 봐! 내 저럴줄 알았어. 내 참 기가 막혀서"

초혜의 그 같은 말이 아니어도 이미 주위에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람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설지의 대응이 뜻밖이었다. 사도연의 그 같은 질문을 받고 난처해 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더욱 포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사도연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궁금했구나?"

"응! 헤헤헤"
"호호호, 녀석도, 헌데 연아!"

"응?"
"원래 그 같은 질문은 여러 사람들이 듣는 장소에선 하는게 아니란다"
"왜?"

"그건 해당 문파에 있어서 긍지와 자존심의 문제니까 그런거야"
"긍지와 자존심?"
"그래!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줘야만 되겠지?"

"응!"
"헌데 누군가가 한쪽 문파의 편만을 든다면 다른 쪽 문파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음음... 화나"

"호호호, 맞아, 그러니까 조심해야 하는거야. 누구라 하더라도 자파의 명성에 흠집을 내려는 이를 그냥 두고보진 않을테니까 말이야"
"응! 알았어"

그렇게 대답한 사도연이 설지의 귀로 입을 가져가더니 무언가를 속삭였다. 설지가 기막을 펼치지 않은 탓에 가까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도연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면 어느 쪽이 이겨?"
"호호호! 그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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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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