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사도연의 질문에 졌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설지의 입으로 집중되었다. 무당과 소림 중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주는 말이 나올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건 비밀인데 연이 혼자만 알고 있어야 돼. 알았지?"
"응! 응! 걱정마"

두 주먹을 꼬옥 쥐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도연을 보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 보인 설지가 마침내 사람들의 궁금점을 해소해 주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총표파자님!"
"왜?"
"비밀이시라면서 제 귀에도 다 들리는뎁쇼?"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겠지"
"그런겁니까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초록이 두자성의 귀로 설지의 이런 말이 흘러 들어 오고 있었다.

"무당과 소림의 역사가 각기 다른건 알지?"
"응!"
"음, 그러니까 무당과 소림은 가지고 있는 역사가 다른 만큼 알려지지 않은 힘 또한 다르단다"

"알려지지 않은 힘?"
"그래! 예컨데 은거하신 전대의 고수나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는 비밀 무력 단체 같은걸 말하는거야"
"비밀 무력 단체는 뭐야?"

"예를 들면 평소에는 도관이나 불당 같은 것을 관리하면서 눈에 띠지 않게 지내다가 문파에 위기가 닥치면 그때 가서야 분연히 검을 들고 나서는 이들이나 대외 활동은 일체 배제한 채 신비지처에서 무공 수련만 하는 이들을 말하는거야"
"우와! 신기하다. 무당과 소림에 그런 분들이 계셔?"
"글쎄?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도 있지 않겠니?"

"그렇구나. 그래서?"
"그래서 만약 무당과 소림이 전면전을 펼치게 된다면 비밀 무력 단체를 포함해서 지닌 바 문파의 모든 힘이 동원될거라는 거야. 그렇게 되면 어느 쪽도 입도적으로 상대 문파를 무력으로 제압하기는 힘들겠지? 쉽게 말해서 결과가 양패구상으로 나타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거지"
"양패구상?"

"그래 어느 쪽도 이겼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극심한 피해만 보게 될거라는 이야기야. 하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그렇게 양패구상으로 끝이 난다해도 아직은 무당이 아닌 소림 쪽으로 무게추가 극히 조금 기울거라는거야"
"그럼 무당이 진다는거네"
"호호호! 듣고 보니 그렇게 되는구나. 천하공부 출소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거든"


"그치만 난 무당이 이기는게 좋은데..."
"응? 그건 왜?"
"무당에는 현진 오라버니가 있잖아"

"호호호. 그렇구나. 보표 아저씨 들으셨죠? 꼬맹이 때문에라도 더욱 정진하셔야 겠어요"
"무량수불, 명심 또 명심 하겠습니다"

마침내 설지의 입으로 무당과 소림의 전력 비교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무력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그 결과는 소림이 조금 우세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여러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이렇게 단정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소림 보다는 무당 쪽으로 무게추가 많이 기울어져 있는 설지의 말이었기에 일성 도장을 비롯해서 무당파의 도사들은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설지는 무당과 소림 양쪽의 무공 대부분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자! 여기 까지만 하고 가서 놀아"
"응!"
"너희들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지?"
"예!"

병아리들이 합창하는 것 처럼 십수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대답하고는 주섬주섬 서책을 챙겨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총표파자님"
"또 왜?"
"설지 아가씨 께서 무당이 패한다고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무당파에서는 별다른 거부 반응이 없습니다요"
"그게 신기하냐?"

"그렇지 않습니까요?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화가 날법도 한데 말입니다요"
"그렇게 말한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설지 아니더냐. 저 녀석은 어릴 때 소림사의 장경각을 죄다 뒤져 보았던 전력이 있다. 또한 무당파의 모든 서고도 설지에게는 완전 개방이 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더냐? 그러니 설지 보다 더 양측의 무공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는 아마 중원 어디에도 없을게다. 그런 설지의 입에서 객관적인 비교가 이루어졌으니 크게 불만 가질 일이 없는게지"
"아! 그렇군요"

철무륵이 초록이 두자성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이에 사도연은 현진 도사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도연의 뒤를 수많은 나비떼가 조용히 날아 올라 따르고 있었다. 사도연이 향하고 있는 산기슭 쪽이었다.

"어? 현진 오라버니"
"왜? 어? 연아 물러서거라"
"예쁜데?"
"안돼! 위험해. 맹독을 가진 녀석이다"

그렇게 말하는 현진 도사와 사도연의 앞으로는 한마리 뱀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노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으로 특이했다. 세모꼴의 머리에는 녹색의 뿔 하나가 달려 있었으며 몸 전신으로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화려한 무늬가 가득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독각칠점홍사였다. 세간에 알려지기를 독각칠점홍사에게 물리면 서너 걸음도 떼기 전에 즉사한다고 알려질 정도로 맹독을 지닌 녀석이었다.

"독사야?"
"그래! 물리면 서너걸음도 떼기 전에 즉사한다고 알려진 놈이다"
"그렇구나! 근데 예뻐. 헤헤"

그렇게 말한 사도연이 겁도 없이 독각칠점홍사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 독각칠점홍사는 왜 사람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일까? 그 사정은 이러했다. 맛나게 식사를 마친 독각칠점홍사는 은밀하게 몸을 움직여가며 유유히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왠 사람들이 나타나 자신의 앞길을 막았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독각칠점홍사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왜냐하면 사도연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설아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것이다. 그 순간 독각칠점홍사는 영물인 인면지주의 그물에라도 걸린 듯이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용과 시선이 마주친 한낱 독사가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녀석은 그 때문에 범하지 말아야할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다가오는 사도연의 작은 손을 엉겁결에 독니로 물어버린 것이다.

"어? 꺅!"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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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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