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외침과 함께 현진 도사가 움직이려는 순간 그 보다 빨리 움직이는 작은 물체 하나가 있었다. 바로 설아였다. 사실 독각칠점홍사를 보고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설아는 사도연의 어깨 위에 앉아서 발을 까불거리며 녀석의 하는 양을 지켜 보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옴짝달싹 하지 못한 채 어쩔줄 몰라 하는 녀석의 행동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사도연의 손가락을 덥썩 물어버리자 깜짝 놀라서 움직인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도 설아의 머리 속으로는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가장 큰 그림으로 설아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양쪽 소매를 걷어 올린 초혜가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상상하며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떤 설아의 손은 빠르게 독각칠점홍사의 위 아래 턱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놈의 아가리에서 사도연의 손가락을 빼낸 설아는 독각칠점홍사의 꼬리를 잡고 땅바닥에 두어번 패대기친 후 숲 속 저 멀리로 휙하고 던져 버렸다.

"여,연아! 괜찮니?"
"아니, 아파!"
"아파?"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는 사도연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에는 독각칠점홍사가 남긴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응! 아파!"
"어지럽지는 않니?"
"응!'

그렇게 대답하는 사도연의 오른손 검지를 향해 설아가 후하고 입김을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원한 기운이 설아의 입에서 빠져 나와서 잠시지간이지만 고통을 잊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다시 찾아온 통증에 사도연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안되겠다. 속히 돌아가자. 업혀"
"업혀?"
"그래. 설지 누님께 빨리 가는게 좋겠어"

"응! 헤헤"
"설아! 앞장 서"
"캬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아를 앞세우기로 한 현진 도사의 그 같은 결정은 평저현의 절경으로 일컬어지던 금수산의 모습을 요상하게 바꿔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초혜의 모습을 다시 떠올린 설아가 숙영지 까지 일직선으로 날아내려가며 걸리적거리는 것이라면 그것이 나무든 풀이든 모조리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난데없는 수난을 당한 금수산에는 관도 아닌 관도 하나가 생겨버렸다.

한편 설아가 만든 길을 따라서 전력으로 제운종을 펼치며 내려가는 현진 도사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물리면 서너걸음만에 즉사한다고 알려진 독각칠점홍사의 독에 노출된 사도연의 상태가 상당히 위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현진 도사의 등에 엎힌 사도연의 표정은 생각과 달리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나게(?) 달려 내려가는 현진 도사의 등에서 좌우를 살피며 주위 경관을 살펴 보고 있었다. 어느 쪽에 맛있는 과일이 있을까를 생각할 때의 사도연의 표정이 지금과 같았다. 그러니까 독각칠점홍사에게 물렸음에도 독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산중의 맛있는 과일 찾기에 여념이 없는 사도연이었다. 

머리 뒤에도 눈이 달려 있어서 사도연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진 도사는 숙영지 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한탄을 하며 모든 내공을 다리에 쏟아 부었다. 그렇게 모든 내공을 쏟아 부으며 달리기를 일다경여 어느새 현진 도사의 눈 앞으로 숙영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때를 맞춰 시야를 가리고 있던 우람한 나무 한그루가 마지막으로 현진 도사의 눈 앞에서 사라져갔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현진 도사가 지나온 곳으로는 설아의 손짓 한번에 파편이 되어버린 나무들로 인해 새로운 길 하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같은 기이한 일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숙영지를 방문한 병자들과 고을의 양민들 그리고 마화이송단 일행의 시선이 모두 신기하게 만들어진 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누님! 설지 누님"
"무슨 일이길래 이처럼 호들갑이야?"
"초,초사저! 설지 누님은요?"

"설지 언니는 왜?"
"여,연아가"
"응? 연아가 왜? 어디 다쳤니?"

새롭게 생겨난 신기한 길을 막 뚫고 나타난 현진 도사가 모든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설지를 찾고 있었다. 그 표정에는 다급함이 서려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 설지 누님, 연이가..."

현진 도사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사도연이 한마디 말로써 모든 상황을 정리해버렸기 때문이다.

"나 뱀에게 물렸어!"
"뭐? 뱀?"
"응! 예쁘게 생겨서 만져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앙하고 손가락을 물어 버렸어"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 검지를 설지에게 보여주는 사도연이었다.

"어디보자. 아프니?"
"응! 아파!"
"그렇구나. 물리면서 뼈에 조금 충격이 가서 그런 것 같네. 호~"

"헤헤, 설아도 호 해줬는데"
"그랬어? 어디보자. 당분간은 손가락을 사용하지 말아야겠구나. 소홍아!"
"예! 아가씨. 여기 있습니다"

소홍이 내민 것은 한다발의 광목천이었다. 소홍으로 부터 건네받은 광목천을 가늘게 찢어낸 설지는 조심스럽게 사도연의 손가락에 감기 시작했다. 그렇게 설지가 사도연을 다독이며 손가락에 천을 감는 모습을 보던 초혜가 시선을 돌려 현진 도사를 바라 보았다.

"꼬맹이! 어떻게 된거야?"
"아! 예, 그것이 독각칠점홍사에게 물렸습니다."
"오! 예쁘게 생긴 그 녀석, 헌데 연아가 물리도록 도마뱀 너는 뭐했어?"

갑자기 지목당한 설아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올것이 오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설아가 손 쓸 틈이 없었습니다"
"야! 도마뱀! 사실이야?"

그러자 옆으로 돌아갔던 설아의 머리가 앞으로 빠르게 돌아오며 아래 위로 맹렬히 끄덕여졌다. 그리고 대답은 현진 도사가 대신 해주었다.

"사실입니다. 초사저! 헌데 연이는 괜찮은겁니까?"
"뭐가? 독 말이니"
"예. 서너걸음만에 즉사한다는 맹독 아니었던가요?"

"맞아! 헌데 연아 저 녀석은 괴물이야. 괴물"
"내가 왜 괴물이야!"

설지에게 손을 맡긴 상태에서도 귀는 열어두었던 사도연이 초혜의 말에 발끈했다.

"응? 호호호 들었니? 미안해! 계속 일 봐. 하여튼 연이 저 녀석에게 독각칠점홍사의 독 정도는 통하지 않을거야"
"아! 그렇습니까? 휴~"
"호호호, 걱정 했나 보구나"

"예. 다행입니다"
"참 너도! 생각해 봐, 독각칠점홍사가에게 물린 후 연이 저 녀석 반응이 어땠어?"
"그게 그러니까... 아프다고..."

"그렇지? 연이 또래의 보통 아이들 같았으면 아프다고 징징대지도 못하고 그대로 즉사 했을걸, 헌데도 연이는 아프다고 했다며?"
"아! 그렇군요"
"하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긴 하다. 겨우 여섯 살 짜리가 맹독을 지닌 독각칠점홍사에게 물렸으면서도 죽지 않고 징징대는 것을 보면"

"크하하. 성수의가니까 가능한 일이 아니더냐"
"호호호, 생각해보니 대숙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어라? 저게 뭐야?"

철무륵의 말에 맞장구 치던 초혜가 신기한 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사도연의 오른손이 온통 하얀 광목천으로 감싸여 어린아이 머리통만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다됐다!"
"헤헤, 근데 이러고 밥은 어떻게 먹어"
"그야 내가 먹여주면 돼지"

"그러면 쉬 마려울 땐?"
"그 땐 혜아가 있잖니"
"어? 잠깐 잠깐! 내가 왜 쉬 담당이야? 내가 밥 먹일테니까 설지 언니가 쉬 담당 해"

"뭐야? 초혜 언닌 내 쉬야가 더럽단거야?"
"그럼? 더럽지 깨끗하겠니? 그나저나 설지 언니 그 광목천 너무 과하게 쓴 것 아냐?"
"아냐! 이 정도는 되어야 안 아프지, 연아 그렇지?" 
"응! 헤헤, 이제 부터 이 구역의 주먹대장은 나다"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미는 사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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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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