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 나 참 기가 막힌다"

사도연이 광목천으로 둘러 쌓인 커다란 오른 손을 내밀며 하는 양이 기가 막혔던 초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 들었다.

"연아! 뱀에게 물렸다면서?"

병자들을 살피느라 한발 늦게 당도한 진소청이었다.

"어서 와! 청청 언니"
"어? 청청 언니다"

"괜찮니?"

"응! 헤헤, 설지 언니가 아프지 말라고 이렇게 감아 줬어"
"그랬구나"
"응! 근데 나 졸려"

"졸려?"
"응!"

독각칠점홍사의 독성만으로는 사도연을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녀는 여섯 살의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독사에게 물리고 현진 도사에게 업혀 오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피로가 누적되어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가씨, 데려가서 한숨자게 할까요?"
"그렇게 해, 그 전에 잠시만, 설아! 보령환 하나 꺼내줘"
"캬오~"

설지의 부탁을 받고 잡낭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진 설아가 잠시 동안 무언가를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보령환 하나가 손에 들려 있었다.

"캬오!"

"호호, 과마워. 어디보자... 연아 아~ 해"

설아로 부터 건네 받은 보령환의 밀랍을 벗겨내고 자신에게 내밀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도연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거 맛없어! 안먹으면 안돼?"
"맛 없어도 먹어야 얼른 낫지"
"힝~ 싫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설지를 향해 작은 입을 벌리는 사도연이었다. 마치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듯이 보령환을 사도연의 입에 넣어준 설지가 미소띤 얼굴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보령환을 삼킨 사도연의 반응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꼭꼭 씹어서 보령환을 삼킨 사도연이 설지의 예측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웩! 쓰다"
"호호호"
"자! 연아 이제 가자"
"응! 안아 줘"

그렇게 말한 사도연이 진소청의 폼에 안겨서 사람들의 시야에서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의 등 뒤로 이런 대화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어쩌다 뱀에게 물렸니?"
"아주 예쁘게 생겨가지고 만져볼려는데 갑자기 앙하고 물었어. 나쁜 뱀이야"
"언니가 그 녀석 혼내줄까?"

"아니야, 설아가 이미 혼내줬어"
"그랬구나. 많이 아팠어?"
"응! 근데 설아가 호~ 해주니까 시원했어"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초혜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현진 도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참! 그 뱀은 어떻게 됐어? 독각칠점홍사 정도 되면 약재로 쓰기에도 좋은데 말야"
"아! 그 놈은 설아가 땅바닥에 두어번 패대기친 후 숲 속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 이후 어찌 되었는지는 저도 잘..."
"쯧쯧 갔네, 갔어, 아까운 목숨 하나가 모진 놈 만나서 날벼락을 당했구만, 무량아미!"

"예? 무량아미라뇨?"
"응? 아! 호호, 기왕 그 놈의 명복을 빌어줄려면 도호와 불호를 섞어서 사용하면 좋잖아"
"나 참 도호와 불호를 그렇게 장난스럽게 사용하면 어찌 합니까?"

그랬다. 초혜는 지금 도교의 도호인 무량수불과 불교의 불호인 아미타불을 합쳐서 만든 도불호를 중얼거렸던 것이다. 그 때문에 현진 도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어지며 들려온 초혜의 말에 현진 도사는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 쯧쯧 도사란 녀석이 생각하는 것 하고는... 도는 마음 속에 있고 고개만 돌리면 피안이라고 했다. 형식에만 얽매이다 보면 사고의 폭 까지 좁아지는거야. 그래서야 평생가도 도의 끝자락 조차 잡지 못할게다"

잠시 후 갑자기 현진 도사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더니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깨달음이 찾아온 것이다. 약관에도 이르지 못한 열두 살의 어린 도사에게 찾아오는 깨달음이란 그리 흔치 않은 경우였다. 바로 이런 점이 일성 도장으로 하여금 현진 도사를 제자를 삼도록 했을 것이다.

한편 제자의 그 같은 모습을 지켜본 일성 도장이 흡족한 표정으로 조용히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방해가 될지 모르니 미안하지만 부득불 자리를 피해달라는 의사였다. 이에 무당파를 제외한 문파의 사람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무량수불, 고맙구나"

기척을 최대한 가린 채 물러나는 사람들을 바라 보던 일성 도장이 옆에 있는 초혜에게 나지막히 이야기 했다.

"아니예요. 근데 이 자식은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도 현진 도사의 깨달음이 싫지 않은지 초혜의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사도연이 독각칠점홍사에게 물린 날 현진 도사는 그렇게 깨달음을 얻고 무인으로써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언니 이제 이거 풀어줘"
"이제 괜찮아?"
"응!"
"그래? 어디 보자"

사도연을 이 구역의 주먹대장으로 만들어 주었던 광목천이 설지에 의해서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었다. 독각칠점홍사에게 물리고 이틀이 지난 오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사도연은 또 하나의 기연을 맞이하게 된다. 화화가 이끄는데로 산속으로 들어 갔던 사도연이 화접검의 원래 주인인 절대무후 모화린을 만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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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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