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화화는 그런 현진 도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작은 날개를 움직여 열린 사당 안으로 날아 들어 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 듯 문 근처에서 작은 날개를 팔랑거리고 있었다.

"화화! 여기야? 맞나 봐, 오라버니 들어가자"
"그,그래"

영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사도연의 뒤를 따라서 사당의 문을 지나는 현진 도사의 눈에 반대쪽 벽면의 모습이 성큼 다가왔다. 아주 오래 전에 그린 것으로 보이는 풍경화가 벽면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풍경화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상하게 생각하던 현진 도사의 머리 속으로 뇌전이 지나가는 듯한 속도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방금 전 자신들이 사당을 바라보던 모습 그대로가 벽면에 풍경화로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열린 사당문과 벽면에 그려진 풍경화의 모습 까지 똑 같았다. 실제 풍경과 다른 점이라면 나비 몇마리가 풍경화에는 그려져 있다는 점 정도였다.

"현진 오라버니! 이 그림 방금 우리가 밖에서 봤던 풍경하고 똑 같은거지?"
"그런 것 같은데. 누가 이런 그림을 그려 놓은거지?"

하지만 두 사람은 대답을 듣지 않아도 누군지 짐작이 갔다. 화화의 안내에 따라 당도한 곳에서 발견한 그림이라면 절대무후 모화린과 관련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화화가 왜 이리 데려온거지? 화화! 무슨 일이야?"

사도연이 그렇게 물어오자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천천히 날개짓을 하고 있던 화화가 풍경 속의 나비들 중에서 하나에게로 날아 갔다. 그리고 그 나비 그림에 화화가 자신의 몸을 포개는 순간 두 사람의 앞에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면이 가운데를 중심으로 갈라지더니 서서히 양쪽으로 밀려나며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와! 신기하다"
"그러게, 정교한 기관이구나"

그런데 더욱 신기한 광경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완전히 열린 벽면 너머로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무릉도원이 이렇게 생겼을까? 벽면 너머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의 낮은 구릉을 중심으로 온갖 진귀한 꽃들이 평원을 가득 메우며 황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낮은 구릉에는 키 작은 나무 한그루가 자리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나무에 달린 열매들에서는 인세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칠채보광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와! 예쁘다. 그렇지?"
"그렇구나, 헌데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없는게 이상한데?"

그랬다. 무릉도원을 방불케 하는 아름답고 작은 벽 너머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다 못해 그 흔한 풀벌레 소리 조차 벽면 너머의 세계에서는 전혀 들려 오지 않았다.

"꽃들만 사니까 그런가 봐"
"그런건가?"
"그럴거야"

사도연다운 실로 명쾌한 해석이었다. 이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면 모든 해답이 바로 펼쳐지는 것이다.

"응? 연아! 사람이 있다"
"사람? 어디, 어디?"
"저기 나무 아래에 좌정하고 있어"

현진 도사의 말 처럼 낮은 구릉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키작은 나무 아래에 한 사람이 좌정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연공 중인 것으로 보였다.

"어! 정말 사람이다. 우리 들어가봐"
"그,그래"

사도연과 사도연의 어깨에 앉은 설아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를 화화와 현진 도사가 따랐다. 헌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도연과 설아 그리고 화화는 벽면 너머의 세계로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갈 수 있었는데 현진 도사만은 어떻게 된 것인지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 밀어내는 것도 아닌데 벽면 너머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 새 다시 제자리에 와 있는 것이다.

"이,이게..."
"현진 오라버니, 왜 그래?"
"그,그게 들어갈 수가 없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들어올 수 없다니?"
"걷다 보면 제 자리고 다시 걷다 보면 또 제 자리야"
"뭐? 가만, 기문진이 펼쳐져 있나보다"

"내 생각도 그래, 헌데 넌 괜찮니?"
"헤헤, 난 괜찮은데"
"휴! 다행이구나"

"그러면 현진 오라버니는 거기서 기다려, 화화가 사람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는 걸 보니 나를 기다리나 봐"
"그,그래.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야 한다. 설아는 눈 부릅뜨고 연이를 지켜 보고"
"캬오!"

설아의 대답을 끝으로 일인일수의 작은 그림자는 화화의 뒤를 따라서 구릉으로 다가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 현진 도사의 얼굴에는 걱정 하나가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도연은 그런 현진 도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표정과 목소리로 주위 풍경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우와! 설아, 이 꽃 좀 봐. 엄청 커다랗다"
"캬오"
"응? 이건 색이 이상한데?"

그렇게 주위 풍경을 감상하며 화화의 뒤를 따른 사도연은 어느 새 구릉의 중심에 자리한 나무 근처에 당도해 있었다. 그런 사도연의 눈에 좌정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 왔다. 복색이 특이한 그 사람은 여자였다.

"에쁜 아줌마다. 그치?"

혹여 연공에 방해가 될까 싶어 작은 목소리로 설아에게 이야기 하는 사도연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사도연의 머리 속으로 음성 하나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화가 좌정한 여인의 어깨 위에 내려 앉는 것과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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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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