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사도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눈 앞에 보이는 좌정한 여인의 것으로 보이는 음성 하나가 머리 속을 울렸던 것이다.

"어?! 아,안녕하세요"

전음과 달리 직접 머리 속를 울리는 목소리에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부드러운 기운이 놀란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켜 주고 있었다.  

"아마도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어느 덧 천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겠구나"
"예?"

여인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던 사도연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당황했다면 미안하거니외 내 목소리에 따로 대답을 할 필요는 없느리라. 왜냐하면 지금 너에게 전달되는 목소리는 한가닥 의념을 남겨 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나와 대화를 나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궁금할 것이다. 난 도리천에서 제석천을 모시던 부족의 일원으로 사람들이 절대무후라고 부르던 모화린이라고 한단다."
"어라? 그럼..."

 

놀란 사도연이 모화린의 어깨에 앉아 있는 화화를 보는 순간에도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머리 속을 울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너를 이곳으로 인도한 나비는 내가 생전에 몹시도 사랑했던 아이들의 후손일 것이다. 나는 나비를 무척 사랑했었다. 때문에 도리천에서 강호로 나와서도 늘 나비와 함께 하였지. 하지만 녀석들의 짧은 수명은 나를 늘 안타깝게 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기연을 얻어 녀석들의 수명을 늘리게 되었으며 끝내는 호신강기를 두르게 하여 애검 대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단다. 이제 나의 화접검은 후인의 차지가 되었으니 녀석들을 잘 보살펴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녀석들과 함께 부디 아수라를 멸하고 제석천의 세상을 열기를 바라노라."
"예?"

"아마도 강호는 그동안 끊임없이 아수라의 위협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호는 선인들에 의해 늘 유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의념을 남기는 지금으로 부터 천년 후에는 강호가 어떻게 될지 알수가 없구나. 내 비록 천기에 능통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아수라의 힘이 너무도 강맹해지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나의 진전과 화접검 그리고 내가 그동안 쌓은 내공으로 만든 내단을 후인에게 남기노니 후인은 반드시 아수라의 혈겁으로 부터 강호를 지켜 주기를 바라노라."
"아수라요?"

아수라의 혈겁이라는 말이 생소한 사도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절대무후 모화린이 활약하던 시기에는 마라는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때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 부탁을 들어 주는 조건으로 또 다른 선물 하나를 남겼으니 후인은 이를 반드시 챙겨가도록 하거라. 그 선물이란 다름아닌 주안과이니라. 옆에 있는 신수에 열린 주안과가 다 익었다면 칠채보광을 발하고 있을 것이다. 화접검의 주인은 늘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므로 유용하게 사용하기 바라노라."
"아항! 이게 주안과구나"

"아마도 당대의 화접검의 주인은 아직은 어린 여아일 것이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후인을 만나서 몹시도 기쁘구나. 잠시 동안만이라도 사부로써의 예를 받을 수 있겠느냐? 그리한다면 무척 기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를 건드려서 의념을 깨운 나비가 내 몸에서 떨어지는 순간 부터 일각여가 지나면 신수의 힘으로 유지되던 이 공간은 나의 유체와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긴긴 잠에서 깨어나 이제야 비로소 귀천하는 것이니 후인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럼 후인이여! 무운을 비노라"

사도연의 머리 속을 울리던 목소리는 그렇세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런데 목소리의 여운을 느끼며 아쉬워하던 사도연이 다시 한번 깜짝 놀라는 일이 발생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목소리가 다시 머리 속을 울려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목소리는 어떤 당부의 말이 아니라 바로 무공 구결이었다. 절대무후 모화린이 의념 속에 자신의 무공을 남겨 놓은 것이다.

"혹시라도 양피지로 남긴 나의 진전이 훼손되었을 것을 우려하여 후인의 머리 속에 직접 구결을 인식시켰으니 후인은 천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도록 하거라"

무려 이각 동안이나 전해지던 무공 구결이 마침내 끝나자 사도연은 이제 더는 모화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몸가짐을 바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화린의 유체를 향해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일배, 일배... 마침내 사부를 대하는 구배지례를 모두 마친 사도연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헤헤, 아수라의 혈겁이 뭔지는 모르지만 너무 걱정마세요. 제게는 힘센 언니들이 세 명이나 있거든요"

사도연이 그렇게 말하자 듣고 있던 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화린의 의념이 설아에게도 함께 전달된 까닭이다.

"어? 근데 이건 뭐지?"

사도연이 당혹성을 발했다. 모화린의 유체 앞에 아까 까지는 없었던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바로 양피지로 만든 비급 한권과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작은 함 하나였다. 아마도 사도연이 구배지례를 하는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비급과 함이 어떤 기관 장치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 분명했다.

"이건 비급이고 이건... 응? 우와 에쁘다"

양피지 비급과 자단목 함을 들고 살펴 보던 사도연이 탄성을 발했다. 자단목 함을 열어 보니 그 속에 취옥색의 구슬 같은 것이 하나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뭐지? 내단인가?"
"캬오"
"맞아?"

설아는 대답 대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헤! 신기하다. 비급과 내단은 챙겼고 음음... 아! 주안과! 설아! 이게 주안과래"
"캬오!"

칠채보광을 발하는 주안과 하나를 딴 사도연이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으응? 아무런 향기도 없네. 어디 먹어볼까"

그렇게 말한 사도연이 입으로 주안과를 가져가자 화들짝 놀란 설아가 비명과 함께 만류했다.

"캬오!"
"으응? 왜 그래"
"캬오오!"

"아! 맞다. 언니가 아무거나 함부로 먹지 말랬지"
"캬오"
'헤헤, 알았어. 설지 언니 보여주고 먹어야지. 근데 이거 너무 많은데 어떻게 가져가지"

그랬다. 지금 신수에 달린 주안과의 수는 대충 헤아려 봐도 서른 알이 넘는 것으로 보였다.

"전부 다 따서 가져 가려면 대바구니가 있어야겠는데. 그치?"
"캬오"
"설아가 가서 가져다 줄거야?"
"캬오"

대답과 함께 몸을 돌린 설아가 문쪽을 향해서 허공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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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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