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웃음소리를 뚫고 초혜의 기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어? 어라라?"
"응? 왜 그러니?"
"설지 언니, 이상해"

"뭐가 말이니"
"주안과 말이야"
"뭐? 혹시 몸에 이상이 온거니?"

"아,아니, 그런게 아니라 주안과의 약력이 전신 세맥으로 골고루 흘러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것 같아"
"뭐? 그 말은..."
"생각하는게 맞을거야. 운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약력이 알아서 자리를 잡고 있어"

"켈켈켈! 이 놈아 그건 당연한게 아니더냐"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생각해 보거라. 예로 부터 주안과가 등장했다 하면 왕후장상들이 앞다투어 돈을 짊어지고 달려온다고 하지 않더냐? 그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비록 내력 한줌 없는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주안과를 복용하게 되면 주안의 효과를 보기 때문이 아니더냐"

"아 참 그렇지"
"켈켈켈 이제 알겠느냐? 그러니 주안과의 약력이 알아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게야"

늙은 생강이 맵다고 했던가. 산전수전 모진 풍파를 겪은 노강호 답게 호걸개는 전설로 전해지는 주안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설지 언니! 언니도 먹어 봐"
"그럴까"

초혜의 권유에 따라 설지의 입 속으로도 주안과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쟈져 갔다.

"음..."
"어때? 맛있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설지가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태풍이었던 주안과의 약력이 잘게 나누어져서 전신 세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설지의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설지 언니! 뭐하는거야?"
"응? 아! 그게 말이야.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해봐, 무당의 태청단이나 소림의 대환단 같은 영약들은 복용후에 반드시 운기를 해야 하잖아?"
"그렇지! 운기를 해서 약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내공 증진이 되니까.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아니, 내 말은 그런 영약들을 주안과가 가진 특징 처럼 운기를 하지 않아도 되게 개선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성수보령환 처럼 말이지?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어쩌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해"
"진짜?"
"응!"

고개를 끄덕이는 설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경악하고 있었다. 운기가 필요없는 영약이라니. 만일 설지의 말처럼 영약들이 그렇게만 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읺고 복용할 수 있기에 그 효과는 무궁무진할 터였다. 한편 경악한 시선을 설지에게 보내는 중인들과 달리 중인환시리에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설지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사도연이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끼어들었다.

"언니. 그리고 이거"

사도연이 불쑥 끼어들면서 내놓은 것은 양피지로 만들어진 책자 한권과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작은 함 하나였다.

"응? 그건 뭐니?"
"헤헤, 비급과 내단이야"
"비급과 내단? 허면 이게 절대무후께서 남긴 비급과 내단이라는거니?"

"맞아! 할머니가 주셨어. 이제 아수라의 혈겁이 벌어질텐데 도움이 될거라고 하셨어"
"아수라의 혈겁?"
"응!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래서 내가 그랬어. 나한테는 힘센 언니들이 셋이나 있어서 아수라의 혈겁을 막아줄거라고, 헤헤"
"그랬구나"   

사도연의 머리를 쓰다듬는 설지와 달리 아수라의 혈겁이라는 소리에 중인들의 표정이 침중해졌다. 굳히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현 강호가 처한 상황을 놓고 보면 아수라의 혈겁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어떻게 해?"
"어떡하긴 내단은 복용하고 비급은 외워야지"
"헤헤, 비급은 외울 필요없어"

"응? 그게 무슨 말이니?"
"할머니가 머리 속에서 구결들을 불러 주셨는데 그게 전부 기억나거든"
"그랬구나. 허면 이 비급은 우리 연이가 무공을 모두 수습할 때 까지 언니가 보관하고 있을게"

"응! 헤헤, 그러면 내단은 어떻게 해?"
"지금 여기서 복용하려무나"
"내가?"

"그럼 연이 말고 복용할 사람이 어디있어?"
"설지 언니가 먹어"
"호호호! 언니는 내단이 필요없어"

"그런가? 그럼 청청 언니나 초혜 언니더러 먹어라고 해"

절대무후 모화린이 남긴 천년 내단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순간이었다. 지켜보는 중인들의 목에서 꿀꺽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리라.

"우린 됐어. 지금도 차고 넘치는게 내공이다. 그리고 청청 언니나 나나 내단을 복용하게 되면 자칫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
"웅~ 그럼 내가 먹어야 돼?"
"왜? 먹기가 싫으니?'  

"응! 내단이 무지하게 크단말야. 잘못해서 목이 막히면 어떻게 해?"
"뭐야? 이 자식, 그러고 보니까 우리 생각을 해서 양보하려는게 아니라 목이 막힐까봐 그런거야?"
"헤헤"
   
대답 대신 흘러 나오는 천진난만한 사도연의 웃음 소리가 초혜의 짐작이 맞음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호호호.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니가 도와 줄테니까 지금 복용해"
"응'

그렇게 말한 사도연이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자단목 함을 열어 구슬 처럼 생긴 취옥색의 내단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주저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내단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도연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단단했던 내단이 입 속으로 들어가 침과 만나자마자 액체로 녹아들더니 순식간에 목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도연의 체내로 들어간 내단은 순조롭게 단전으로 흘러가더니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다시 뭉쳐들기 시작했다. 입과 목을 거치면서 액체로 화했던 내단이 단전에서 원래의 형태대로 단단하게 집약된 것이다. 한편 사도연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던 설지는 내단이 단전에 자리잡는 것과 동시에 사도연의 체내로 부드러운 기운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미약하지만 이미 생성된 사도연의 내력이 천년 내단과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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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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