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숙영지를 찾는 병자들이 뜸한 오후에 잠시 짬을 낸 설지와 초혜는 호아와 백아를 앞세우고서는 약초 채집을 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었다. 그렇게 산에 오른 두 사람은 백아와 호아의 도움으로 귀한 약재들을 제법 많이 채집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숙영지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표정은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현진 도사와 함께 어디론가 바람처럼 휙하고 사라져 버렸던 사도연이 자신들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 오고 있었다.

"연이구나"
"후아! 어디갔다 오는거야?"

턱까지 찬 숨을 돌리며 말하는 사도연의 표정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 사도연이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설지가 말했다.

"혜아와 함께 약초 채집 갔다 오는 길이야"
"아! 많이 캤어?"
"응! 백아랑 호아 덕분에 좋은 약재를 많이 구할 수 있었어"

"헤헤, 다행이네"

"헌데 너희들은 어딜 다녀오는 거니?"
"저기! 우시장 구경 갔다 왔어"

 

사도연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도연이 가리키는 방향은 시전 쪽이었다.

"우시장?"
"응! 근데 소도 많았지만 말도 많이 나와 있었어"
"그랬구나. 근데 무슨 일로 그리 급하게 뛰어 온거니?"

"헤헤, 그게 말이야. 음..."
"야! 올챙이! 무슨 일인데 그리 뜸을 들여?"

중간에 끼어드는 초혜를 한번 째려봐주고는 고개를 돌린 사도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언니! 나 당나귀 사줘"
"응? 당나귀?"
"응! 당나귀, 우시장에 귀엽고 예쁜 당나귀가 한마리 있어"

"그래?"
"응! 거기다가 심지어 아직 어려"

그때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듣고 있던 초혜가 냉큼 끼어 들었다.

"잠깐, 잠깐! 연아, 당나귀 말고 한혈마는 어때?"
"싫어!"
"싫어? 그럼 설리총은 어때? 언니들도 설리총을 타고 다니잖아. 저기 봐봐,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답니?"

초혜가 가리키는 곳에는 잡티 한올 없는 순백색의 설리총 두 마리가 밍밍과 함께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 모습은 초혜의 말마따나 우아하고 아름다웠으며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초혜의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돌렸던 사도연의 고개는 단호하게 가로 저어지고 있었다.

"설리총도 싫어"
"하~ 미치겠네"
"또 무슨 일로 이리 시끄러운게냐?"

사도연의 고집에 초혜가 답답함을 느꼈는지 자신의 가슴을 탁탁 치며 한숨을 토해내는 순간 철무륵과 두자성이 다가왔다.

"아! 대숙! 글쎄 연이 녀석이 당나귀를 사달라고 하잖아요"
"응? 당나귀?"
"예! 한혈마도 설리총도 다 싫다면서 하필이면 당나귀를 사달라고 해서요"

그러자 설지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당나귀가 어때서?"

사도연이 다시 한팔 거들었다.

"맞아! 당나귀가 어때서"
"맞기는 뭐가 맞아.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봐봐. 당나귀 사줄까? 설리총 사줄까? 그러면 전부 설리총을 택하지"
"쓸데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왜 붙들어? 가시던 길 그냥 가시라고 하지"

사도연의 엉뚱한 말에 철무륵이 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연이 말이 맞다. 쓸데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 필요 까지는 없을 것 같구나"
"하하하, 소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요"

초록은 동색이라고 두자성이 철무륵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지금 내 말이 그 말이 아니잖아요."

당나귀랑 설리총의 비교가 중요하지 지나가는 사람이 중요한게 아닌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연의 말 한마디 때문에 당나귀와 설리총의  비교는 쓸데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몰라! 난 설리총이나 한혈마 보단 당나귀가 좋아"
"끄응! 아니 잘 생각해 봐. 설리총이나 한혈마가 얼마나 좋은데 그래"
"좋으면 언니나 실컷 타고 다녀. 난 당나귀가 좋아"

"호호호! 당나귀가 좋으면 당나귀를 타야지. 연아, 어디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가볼까?"
"응! 헤헤헤"
"아니, 아니, 잠깐만..."

만류하는 초혜를 깡그리 무시하고 사도연과 설지가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산에서 캐온 약초의 정리는 초혜의 몫이 되고 말았다.

"하~ 성수의가의 신녀가 대를 이어서 당나귀를 탄다는게 말이 돼? 이러다가 전통이 되는거 아냐?"

당나귀를 둘러싼 초혜의 푸념 아닌 푸념이 다시 한번 철무륵에게 대소를 터트리게 했다.
 
"크하하하"

한편 우시장으로 가기 위해 설지의 손을 잡고 막 숙영지를 나서려던 사도연의 시선에 소홍의 모습이 비쳐들었다. 시전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려던 소홍이 때 마침 두 사람과 마주친 것이다.

"어? 소홍 언니다. 언니, 어디가?"  
"어머! 아가씨, 작은 아가씨, 어디가세요?"
"내가 먼저 물었는데?"

"어머! 호호호, 그러네요. 전 시전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 길이랍니다"
"헤헤, 잘됐다. 우리도 시전에 나가는 길이야"
"시전에요? 필요한게 있으시면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헤헤. 당나귀 사러 가는 길이야"
"아! 그러시군요"

"헌데 소홍이 넌 무슨 일로 시전에 가는 길이니?"

"광목천이 얼마 남지 않아서 주문 하려고 나가는 길이예요"
"그래? 그럼 함께 가면 되겠네"
"예! 아가씨"

"소인이 모시겠습니다요"
  
어느 틈에 다가온 초록이 두자성이 헤죽거리며 입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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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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