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런 두자성의 뒤로 천마신교의 흑룡대 대주 추자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응? 추 아저씨도 함께 가실려고요?"
"그렇소이다. 신녀! 밥값은 해야겠기에 염치없지만 따르겠소이다"
"호호, 염치 없기는요. 저야 과분하죠. 그렇게 하세요"
"고맙소이다. 신녀!"

정중하게 포권하며 예를 취하는 추자의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수하가 상전을 대하는 태도였다. 물론 여기에는 천마신교의 은밀한(?) 노림수가 숨어 있었다. 천마신교 교주 혁련필과 추자의가 며칠간에 걸쳐서 심사숙고 논의한 끝에 설지를 천마신교의 제1대 신녀로 추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까지 설지에게 천마신교의 그러한 의향을 구체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 시일을 두고 자연스럽게 설득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추자의가 자연스러운 접촉의 일환으로 시전에 나가는 설지를 수행하기를 자청한 것이다. 사실 마교로 낙인 찍힌 천마신교에서 성수의가의 성수신녀를 교주를 포함해서 그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 신성한 존재인 신녀로 봉한다는 것에는 어패가 있었다. 성수의가의 위치가 정사마의 구분이 딱히 없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파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는 모든 정파 세력들로 부터 반발을 살 것은 자명한 일이며 자칫하면 정과 마의 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천마신교의 그런 숨겨진 의도 때문에 추자의 뿐만 아니라 흑룡대 대원 아홉 명도 설지의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설지의 뒤로 한쪽에는 추자의를 포함한 흑룡대 대원 열두 명이 일렬로 늘어섰고 다른 한쪽으로는 무당파의 청진 도사를 비롯한 무당십이검이 일렬로 늘어서서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온통 검은색 일색인 무복 차림의 흑룡대와 연한 잿빛의 도포 차림을 한 무당십이검이 흑백의 조화를 이루며 늘어선 것이다. 그런 흑룡대와 무당십이검을 지켜본 설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단출하게 다녀오려던 길이 거창한 행차로 변한 것 같아 내심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따라 오겠다는 이들을 말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사도연 때문이라도 때로는 거창한 대접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 언니, 아저씨들 전부 가는거야?"
"그런가 보다"
"우와! 신난다. 헤헤"

"작은 아가씨! 좋으십니까요?"
"예! 내가 엄청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신나요. 헤헤"
"하하하, 작은 아가씬 엄청 중요한 사람 맞습니다요"

"그런가?"
"맞아! 우리 연이는 엄청 중요한 사람이야"
"맞아요! 작은 아가씨"

"헤헤헤"
"그나저나 아가씨 이 상태로 시전에 나가면 한바탕 난리가 나겠습니다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니나 다를까. 꼬리를 줄줄이 달고 시전에 나타난 설지 일행을 대면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극도의 공경심을 담아 예를 취하고 있었다. 병자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탐관오리 까지 징치하는 성수신녀의 발걸음에 백성들 대부분이 깊이 감화된 까닭이다. 더구나 보란 듯이 많은 호위들을 대동하고 시전에 나타났으니 반가움과 놀라움에 백성들의 시선이 일행을 향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흑룡대와 무당십이검을 좌우로 거느리고(?) 걷는 덕분에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 같아서 신이 난 사도연은 전방에서 자신의 시선을 잡아 끄는 무언가 때문에 일시지간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사도연의 시선를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사방으로 달콤한 향을 퍼뜨리며 좌대에 먹음직스럽게 자리한 당과였다.

"당과다!"
"먹을래?"
"응! 현진 오라버니도 먹을거지?" 

"그,그래"
"헤헤, 언니는?"
"난 됐어, 너희들이나 먹어, 소홍이도 먹을래?"
"아녀요, 아가씨.

설지의 시선이 두자성으로 향했다.

"하하! 저도 됐습니다요."

결국 달콤한 당과는 사도연과 현진 도사의 입으로만 들어가게 되었다. 한편 당과를 물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사도연의 시선에 마침내 우시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공기 중에는 말똥 냄새와 말 특유의 냄새가 뒤섞여 흘러다니고 있었다.

"헤헤, 다왔다. 빨리 가, 언니"

"호호, 녀석, 급하기는... 천천히 가자꾸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도연의 재촉에 걸음을 서두르는 설지였다. 이윽고 지척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리는 우시장 입구에 당도한 일행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면서 우시장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귀엽고 예쁘며 심지어 어리다고 했던 그 녀석은 어디에 있니?"
"응! 저쪽이야. 저기"

사도연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설지의 눈에 작은 당나귀 한마리가 보였다.

"저녀석?"
"응! 어때? 귀엽지? 예쁘지?"
"호호호, 가까이 가서 살펴 보자꾸나"
"응! 헤헤"

그런데 신이난 사도연을 따르는 사람들의 표정이 당나귀와 가까워 질 수록 괴이하게 변해갔다. 어디가 귀엽고 어디가 예쁜지 구별하기 힘든 작고 앙상한 당나귀 한마리가 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어디가 불편한지 걸음 조차 제대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작은 아가씨! 이 녀석이 귀엽고 예쁘다는 놈 맞습니까요?"

등줄기를 따라서 황금색의 무늬가 길게 나있는 작은 당나귀를 가리키며 두자성이 말했다.

"맞아요. 어때요?"
"저, 그게... 작은 아가씨, 다른 놈으로 고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요"

자신이 기대했던 대답과 다른 두자성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 사도연이 설지를 바라 보았다. 때마침 당나귀의 주인인 듯한 상인이 다가오는 바람에 대화는 일시 중단되었다.

"어서오십시요."
"안녕하세요. 우리 연이가 마음에 드는 당나귀가 있다고 해서 왔어요"
"예, 그렇지 않아도 소신녀 께서 다녀가시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팔지말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소신녀 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는 이 녀석은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빌빌한 상태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군요. 헌데 왜 이런거죠?"
"예, 그것이... 어미가 이 녀석을 낳고 사흘 뒤에 갑작스럽게 죽는 바람에 제대로 젖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발육 상태가 무척 좋지 않습니다. 허니 다른 녀석으로 골라 보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연아! 이 녀석이 마음에 들어?"

"응! 귀엽고 예쁘잖아. 헤헤"
"알았어. 그렇다네요. 이 녀석으로 할게요"
"허! 그 녀석은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

"괜찮으니까 가격이나 말해 보세요"
"정 그러시다면 소인이 그냥 드리겠습니다."
"우와! 정말이죠?"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헤헤, 신난다. 령령! 이리 와"
"응? 령령? 벌써 이름 까지 지어 놨니?"

자신을 부르는 것을 아는 듯 령령이라고 불린 작고 볼품없는 당나귀가 힘겨운 걸음을 옮겨서 사도연에게 다가왔다.

"응! 이 녀석 이름은 풍령이야"
"풍령이라... 작은 종, 그러니까 풍경을 이야기하는거니?"
"응!'

"호호, 좋은 이름이구나. 이 녀석이 달리면 에쁜 방울 소리가 날려나?"
"그럴 거야"
"호호호"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풍령은 사람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코를 씰룩이고 있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283  (0) 2016.11.19
[무협 연재] 성수의가 282  (0) 2016.11.12
[무협 연재] 성수의가 281  (0) 2016.11.05
[무협 연재] 성수의가 280  (0) 2016.10.29
[무협 연재] 성수의가 279  (0) 2016.10.22
[무협 연재] 성수의가 278  (0) 2016.10.08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