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사도연의 품 속에 있던 링링이 고개를 빼곰히 내밀고 령령의 모습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어? 링링, 헤헤"
"호호, 링링도 령령이가 궁금했나 보구나"
"아까도 봤는데... 참! 언니 , 령령이 녀석 괜찮은거 맞지?"

"그게 무슨 말이니?"
"잘 걷지를 못하는 것 같은데 혹시나 해서"
"괜찮을거야. 천천히 몸을 추스르게 하면 건강해질걸"

"그렇지? 헤헤"
"설아! 보령환 하나 꺼내줘"
"캬오"

사도연의 어깨 위에 앉아서 발을 까불거리고 있던 설아가 설지의 말에 표홀한 움직임으로 잡낭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그런 설아의 손에는 어느 틈엔가 성수보령환 한 알이 쥐어져 있었다.

"고마워! 령령 이리와"

설아에게서 건네받은 보령환의 밀랍을 제거한 설지가 다가온 령령의 입을 벌리게 히고 보령환을 입에 넣어 주었다.

"꼭꼭 씹어서 먹어"
"푸르릉"

신기하게도 처음 만난 설지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령령이었다. 따로 금수를 다루는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지만 초아의 도움으로 어릴 때 부터 자연지기와 자신의 내기를 합치시켜 왔던 설지였기에 령령이 설지의 그런 기운에 감화된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처럼 신묘한 능력은 사도연에게로 조금씩 조금씩 고스란히 전수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까닭을 알리 없는 상인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한 채 설지와 당나귀를 향해 번갈아가며 시선을 주고 있었다.

"보령환 먹고나면 이제 괜찮아지는거야?"
"우선은 그럴 거야. 데려가서 연이 네가 잘 보살펴 주면 금방 건강해지겠지?" 
"응! 헤헤"

설지의 말을 듣고 안심한 사도연이 령령의 콧등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령령과 눈을 맞추었다. 그러자 선하기 그지없는 눈망울을 가진 령령도 사도연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같이 눈을 맞추어 주었다. 그런 둘이 보기가 좋았는지 설지가 달콤한 웃음을 흘렸다.

"호호호. 녀석들... 아! 꼬맹이 너도 말 한마리 사줄까?"
"예? 아,아니 저는..."
"응! 현진 오라버니도 사줘. 아까 저쪽에 있는 하안 말이 좋다고 했어"

"그래? 그러고 보니 인석들 사전에 입을 맞추었구나"
"아,아닙니다, 누님"
"응! 맞아! 헤헤"

현진 도사의 손사래를 더한 강력한 부정은 사도연의 말 한마디에 여물통에 흩어진 여물 처럼 풍비박산나고 말았다. 사도연의 말이 멋쩍은지 괜히 뒷머리를 긁적이는 현진 도사였다. 그런 현진 도사의 모습을 보면서 네 녀석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라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인 설지가 다시 말했다.

"쓸데없이 빈말하지 말고 네가 봐 두었다는 녀석이나 데려와 봐. 아! 이왕 들른 김에 초록이 아저씨도 한마리 고르세요"
"예? 소인 까지 말입니까요?'
"예. 강호에서 살아가려면 어차피 말은 필수니까 이참에 한마리 장만하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요?"
"되고말고요. 그러고 보니 거절은 절대 안하시네요. 호호호"
"아! 하하, 그것이... 송구합니다요"

"아니예요. 어서 골라보세요"
"예. 그럼... 흠흠"

설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며 말들을 살펴 보기 시작하는 두자성이었다.

"아가씨. 시간이 조금 지체될 듯 하니 소녀는 포목점에 얼른 다녀올게요"
"그럴래?"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설지에게 목례를 하고 걸음을 옮기는 소홍에게 사도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소홍 언니! 빨리 갔다와"
"예, 작은 아가씨"
"헤헤"

한편 자신이 봐 두었던 하얀 말을 상인의 도움으로 우리에서 꺼낸 현진 도사가 말 고삐를 잡고 설지에게 걸어 오고 있었다.

"언니! 저 녀석이야!"
"그렇구나. 응? 호!"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하얀 말을 바라보던 설지가 짧은 감탄성을 발했다.

"왜 그래?"
"응? 아! 저 녀석 설리총인데 몰랐어?"
"저 녀석이 설리총이라고?"

"그래! 이런데서 거래될만한 녀석이 아닌데 의외로구나"
"누님! 이 녀석입니다"
"꼬맹이! 이 녀석이 설리총이란걸 알았니?"
"예? 그게 무슨 말씀... 설리총이라고요?"

설리총이라는 말에 짐작 조차 하지 못했던 것 처럼 깜짝 놀라는 현진 도사였다. 설리총이나 한혈마 같은 명마들을 작은 시전에서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가격도 가격이지만 대체로 그런 명마들은 주문에 의해서만 거래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상인이 직접 나섰다.

"도사님, 설리총이 맞습니다. 그 녀석과 한혈마 한마리씩을 이번에 우연히 구하게 되어 내놓게 된 것입니다."
"아! 그렇게 된 것이군요"
"여기에 한혈마도 있어요?"

"예. 신녀님! 워낙 비싸다 보니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 혹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설지의 시선에 두자성의 모습이 걸려 들었다. 두자성이 몸 전체가 온통 검은색 일색인 말 한마리 앞에 멈춰서서 요모조모 세심하게 뜯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두자성을 보고 설지가 피식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상승의 무공에 입문한 이가 아니라 하더라도 무공을 익힌 무인이라면 한혈마를 알아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초록이 아저씨!"
"예! 아가씨"
"그 녀석 데려오세요. 한혈마예요"

"헉!"

설마 했지만 한혈마를 대하고도 믿기지 않았던 두자성이 경악을 했다.

"이 녀석이 설리총이고 저기 검은 말이 한혈마야?"
"그래! 설리총은 언니들 말을 줄곧 봐왔으니까 잘 알테고 한혈마는 처음 보는거야?"
"응! 처음이야. 헌데 둘다 령령 보다 안 예뻐"
"응? 호호호"

사도연의 령령에 대한 진한 사랑이 천하에 보기 드문 명마라는 설리총과 한혈마의 명성을 가뿐하게 뛰어 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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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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