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오!"
"응? 언니 왔어?"

설지가 당도했음을 알려주는 설아의 기음을 듣고 사도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층 난간으로 달려갔다. 난간 사이로 머리를 내민 사도연이 아래를 내려다 보자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막 발을 올려 놓는 설지의 모습이 보였다.

"언니! 여기야!"
"응! 올라갈게"
"빨리 와! 헤헤"

난간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설지가 올라오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고 있던 사도연은 설지가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올라서자 그녀의 앞으로 뽀르르 달려가 입을 열었다.

"언니! 우리 자리는 저쪽이고 모용세가 아저씨들은 저기 계셔"
"그렇구나"

사도연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어 준 설지가 자리를 슬쩍 한번 훑어본 후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앉아 있는 탁자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한편 모용세가의 대주는 왠지 모를 지근거림에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른 채 사도연의 하는 양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도연의 일행으로 보이는 여인이 이층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모용세가 신룡대의 대주인 모용군성은 지근거림을 잊고 놀람으로 가득한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자신들이 앉아 있는 탁자 쪽을 보면서 그린듯이 서있는 설지의 모습이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기 때문이다. 화용월태, 수화폐월, 설부화용, 침어낙안과 같은 수식어는 모두 그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충격적인 모습이었던 것이다. 헌데 다음순간 모용군성은 다시 한번 놀란 눈을 부릅뜨야만 했다. 도복을 입은 도사 십여명이 한꺼번에 그녀의 뒤로 늘어섰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모용군성의 경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뒤이어 온몸을 검은색으로 가린듯 한 무인 십여명도 이층으로 올라오더니 곧바로 도사들의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들 자리는 저쪽이예요"

사도연이 설지의 뒤로 늘어선 양쪽을 보며 말했다. 물론 설지의 뒤로 늘어선 이들은 무당십이검과 천마신교의 흑룡대였다.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저는 잠시 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갈게요"
"언니! 나도, 나도"
"너도? 그러자꾸나"

그렇게 말한 설지가 사도연의 손을 잡고 모용세가의 신룡대가 앉아 있는 탁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무당파와 천마신교의 무사들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창가의 탁자로 다가가 나누어 앉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록이 두자성과 청진 도사 그리고 천마신교 흑룡대의 대주인 추자의만은 설지의 뒤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한편 왁자하니 떠들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모용세가 신룡대의 대원들은 갑자기 변한 실내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며 무당십이검과 흑룡대의 움직음을 눈으로 따르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위압적이지는 않으나 그들이 이층으로 올라오면서 부터 갑자기 실내 공기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물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자신들이 앉은 탁자 쪽으로 다가오는 설지의 모습을 보면서 모용군성은 그녀의 손동작, 몸동작 하나 하나에서 우아한 기품이 저절로 풍겨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지의 모습에서 미모 뿐만 아니라 고귀함과 성결함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실례합니다"
"예? 아! 예"
"식사하시는데 결례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아니외다. 헌데 뉘신지?"
"저는 나설지라고 합니다."
"아! 나소저시로군요. 헌데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모용군성은 나설지라는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한번은 들어 보았던 이름 같았기 때문이다. 이에 머리 속에서 염두를 굴리던 모용군성은 별안간 커다랗게 부각되는 이름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성수의가였다. 성수의가를 떠올린 모용군성은 지나치는 듯한 시선으로 설지의 왼쪽 가슴 쪽을 흘깃 살펴 보았다.

성수의가의 상징인 태극천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대로 태극천의 모습을 발견한 모용군성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관심을 끌었던 어린 소저의 이름도 왠지 낯설지 않았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 혹시 성수의가의 성수신녀 아니십니까?"
"호호호, 맞아요. 과분하게도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부르고 있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룡대원들은 대주의 입에서 갑자기 성수신녀라는 말이 나오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인이 그것을 인정하자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하며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성수신녀를 뵈오이다"
"성수신녀를 뵈오이다"

그 바람에 객잔 이층이 갑작스럽게 부산스러워지고 말았다. 의자 넘어지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이 동시에 울리며 객잔 이층의 공기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나설지라고 합니다"

신룡대 대원들의 포권지례에 일일이 답한 설지가 자신의 뒤에 있는 초록이 두자성과 무당파의 청진 도사를 소개하자 다시 한번 소란스러움이 찾아들었다.  

"헌데 이 분은 뉘신지...?"

모용군성이 가리키는 사람은 다름아닌 흑룡대주 추자의였다.

"아! 소개가 늦었네요. 그 분은 성수의가 수호대의 대주세요. 그리고 요 녀석은 본가의 소신녀랍니다"

"안녕하세요. 헤헤"

사도연과 함께 추자의를 소개하면서 설지는 존재하지도 않는 수호대를 들먹였다. 천마신교의 흑룡대 대주라고 하면 혹여라도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이를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해서 추자의를 성수의가의 수호대 대주로 소개했던 것이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모용세가의 신룡대를 맡고 있는 모용군성이라고 하외다"
"추자의요"
"반갑소이다."

이름만 짧게 말하는 추자의를 보면서도 모용군성은 당연하게 여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성수의가의 수호대에 대해서는 강호에 알려진 것이 전무하다. 이로 미루어 성수의가의 수호대는 자신들을 외부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고 모용군성은 어림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오해인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헌데 성수신녀께서 평저현에는 어인 일로 왕림하셨는지요?"
"호호호, 모르고 계셨나봐요. 본가의 의행이 평저현에 당도해 있답니다."
"아! 이런 실수를... 죄송하외다"

"호호호, 아니예요"
"허면 저희들에게 무슨 용무가 있으십니까?"
"호기심 때문이랍니다"

"호기심이요?"
"예. 그러니까..."

모용세가를 찾은 이유를 설명하는 설지의 말을 듣고 있던 모용군성의 표정이 점차 미묘하게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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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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