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굿간에 두고 올줄 알았던 령령을 현진 도사가 안고 올라오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사도연이 반색을 했다.

"현진 오라버니, 령령은 왜 데리고 왔어?"
"마굿간에 두기에는 안심이 안돼서 데리고 왔어"
"아! 헤헤, 여기에 내려 줘"

사도연이 설지와 자신 사이의 의자 간격을 조금 벌리고 말했다.

"령령! 여긴 객잔이니까 얌전히 있어야 해. 알았지?"
"푸르릉"

현진 도사가 조심스럽게 내려 놓은 령령의 콧잔등을 쓸어주며 사도연이 그렇게 말할 즈음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도연이 뛰어 들어오면서 미리 주문했던 맛난거가 드디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요리 가져왔습니다."
"우와! 헤헤"
"소신녀님. 뜨거우니까 조심하십시요"
"네~ 헤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요리 몇가지가 식탁 위에 놓이는 것을 바라보던 설지가 무당십이검과 흑룡대가 서로 대치하듯이 마주 보고 앉아 있는 탁자들을 주욱 둘러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보표아저씨! 그렇게 마주 앉은게 처음이죠?"

"그렇습니다. 무량수불!"
"호호! 잘 됐네요. 흔한 기회는 아닐 것 같으니까 오늘은 한잔씩 하시면서 마음을 나누세요"
"무량수불"

도호로 대답을 대신하는 청진 도사와 달리 흑룡대의 대주 추자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본 설지가 다시 입가에 아름다운 미소를 베어물며 이번에는 점소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앉으신 우리 일행들이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요리를 내오시고 술도 같이 가져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신녀님. 더 필요하신 것은 없으신지요?"
"아! 저기 모용세가 분들에게도 술 좀 내어드리세요"

"예. 그리하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내려가자 그 사이에 눈에 불을 켜고 탁자 위의 요리들을 둘러보던 사도연이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응? 으응?"
"왜 그러니?"
"후추!"

"후추?"
"응! 후추가 없어"
"숙영지에서 나올 때 안 가져왔는데 어쩌지?"

"여기 있어"
"객잔에 있다고?"

사도연과 설지의 대화를 듣던 초록이 두자성이 큰 소리로 점소이를 찾았다.

"이보게! 점소이!"

잠시 후 빠른 걸음 소리가 계단을 울리는가 싶더니 주문을 받아 갔던 점소이가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는 자신을 찾은 이가 누군지 객잔 이층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기 시작했다.

"여길세"
"아! 무사 나으리! 필요한게 있으십니까?"
"객잔에 후추가 있는가?"

"아! 이런 정신머리하고는, 소신녀님 소인이 깜박했습니다. 곧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네~ 헤헤"

사도연과 점소이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이미 여러 차례 같은 일이 반복된 것으로 보였다.

"내가 알기로 후추는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어지간한 객잔에서는 손님한테 내놓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여기는 아닌가 보네?"
"왠걸요. 저희 객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헌데도 미리 준비해둔 듯 한데 어찌된건가?"  

"하하. 그거야 경총관께서 오셔서 귀띔을 해주고 가셨기 때문이지요. 소신녀께서 오시면 후추를 찾으실테니 미리 준비를 해두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 잘 알겠네"

두자성의 물음에 차분하게 대답을 마친 점소이가 후추를 가지러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자 두자성과 점소이의 대화를 통해서 사정을 알게 된 설지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요 녀석들 도대체 얼마나 자주 객잔을 찾은거야?"

물론 설지가 말하는 요녀석들은 현진 도사와 사도연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헤헤, 몇번 안돼. 한 서너번 쯤"

서너번 쯤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사도연과 현진 도사가 그보다는 더 많이 객잔을 찾았던 듯 했다. 한편 후추를 가지러 갔던 점소이는 객잔 주인이 고이 보관하고 있던 후추통에 더해서 참깨가 담긴 통까지 챙기고는 마치 달음박질이라도 하는 듯이 이층을 향해 뛰어 올랐다. 

"여기 후추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건 참깨니까 함께 뿌려 드십시요"
"고맙습니다. 헤헤"

귀엽게 인사하는 사도연을 보면서 점소이는 허겁지겁 달려온(?)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언니가 뿌려 줄까?"
"응! 후추추 뿌려 줘"
"뭐? 후추추? 호호호"

"하하하"
"껄껄껄"
"허허허"

후추를 후추추 뿌려 달라는 말에 객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알았어! 자! 후추추~ 참깨도 뿌려 줄까?"
"응!"
"어디보자, 참깨는 참깨깨로 뿌리면 되니?"

"아니야"
"아냐? 그럼 어떻게 뿌려?"
"아이 참, 참깨는 참참참이잖아"

"응? 호호호 그렇구나. 참참참"

후추와 깨를 뿌리는 방법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설지와 일행들이 처음 알게된 날이었다. 아울러 이날은 풍령과 풍혼 그리고 풍영이 한 식구가 된 날이자 설지가 오징어 운송법을 통해서 새로운 침술을 접하게 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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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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