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르릉, 포르릉, 짹짹짹!

오가는 마차 두 대는 충분히 엇갈려 지나칠 만큼 넓고 잘 닦여진 하남성 모처의 관도 좌우로는 이름모를 산새들이 무언가에 놀란 듯 서로의 목소리를 목청껏 뽐내면서 울창한 수림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산새들의 그 같은 분주한 움직임을 이끌어낸 것은 다름아닌 마차 십여대가 포함된 긴 행렬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행렬의 선두에는 당나귀 한마리가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며 행렬을 선도하고 있었다. 이에 그 같은 광경을 난생 처음 접하는 산새들이 나무 이파리 사이에 은신한 채 여차하면 잽싸게 도망갈 요령으로 목을 길게 늘여 관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훌쩍, 훌쩍"

헌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나귀 뒤를 따르는 첫 번째 마차에서 산새들을 당혹케하는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산새들이 몸을 숨긴 이파리와 같은 색인 초록색의 복장을 온 몸에 휘감고 있는 이가 고삐를 잡고 있는 4두 마차였다.

"훌쩍, 훌쩍"
"이제 그만해"
"흑! 언니 나 슬퍼"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훌쩍이는 여인과 그런 여인을 달래는 또 다른 여인의 옥음이 마차의 창을 넘어 관도로 흘러나가고 었었다. 아마도 훌쩍이는 여인은 근래에 상심이 큰 일을 겪은 듯 했다. 그래서일까? 자신들이 앉은 수림 사이를 지나가는 긴 행렬을 바라보는 산새들도 마차에서 흘러나오는 여인의 훌쩍임에 담긴 슬픔에 동화된 듯 지저귐을 멈추고 하나,둘 침묵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숲 전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침울함에 잠겨드는 듯도 했다. 헌데 갑자기 두 여인의 목소리 보다 훨씬 어린 목소리 하나가 당혹한 음성을 마차의 작은 창 너머로 토해내며 숲에 생기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어? 언니! 령령이가 이상해!"
"응? 령령이가... 이런!"

산새들은 볼 수 없었지만 지금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마차 안에는 작은 당나귀 한 마리가 바닥에 자리하고 있었다. 헌데 그 당나귀가 입으로 무언가를 토해내고 있었다. 미처 소화되지 못한 풀을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 왜 이러는거야?"
"어지러워서 그런가 봐"
"아픈게 아니고?"

"호호! 아니야, 아마도 사방이 막힌 마차를 처음 타봐서 그런 것 같은데 조금 쉬었다 가야겠다"
"헤헤, 다행이다"
"쉬다 갈거야? 훌쩍!"

어린 소녀는 훌쩍이는 여인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초혜 언니, 이제 그만 울어'
"흑! 무정한 녀석, 넌 슬프지도 않니?"
"치! 슬퍼, 나도 무지하게 슬프다고"

"호호호, 그만 하려무나. 초록이 아저씨!"
"예! 아가씨"
"잠시 쉬었다 갈테니까 마땅한 장소를 찾아 보세요"

"마침 바로 앞이 넓은 초지입니다요. 마차를 세울까요?"
"예. 그렇게 하세요. 철숙부! 쉬었다 갈거야"
"오냐, 알았다"

그렇다. 긴 행렬은 다름아닌 오늘 아침에 평저현을 떠나온 미화이송단이었다. 물론 훌쩍이던 여인은 초혜였으며 그런 초혜를 보고 혀를 끌끌 찬 것은 사도연이었다. 한편 초지의 한가운데로 조심스럽게 마차를 몰고간 초록이 두자성은 천천히 고삐를 당겨 마차를 세우고는 마부석에서 훌쩍 뛰어 내린 후 마차의 문을 열었다.

덜컹!

"아가씨! 내리십시요"
"나부터, 나부터"

초록이 두자성의 말에 사도연이 두 팔을 벌리고 마차의 문쪽으로 향했다. 그런 사도연을 안아서 가장 먼저 마차에서 내리게 한 후 마차의 문을 잡고 옆으로 비켜서자 령령을 안은 설지가 뒤따라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뒤를 진소청이 따랐으며 맨 마지막으로는 작은 무명수건으로 눈가를 찍으며 훌쩍이는 초혜가 마차에서 내렸다. 헌데 그런 초혜를 바라보는 초록이 두자성의 표정이 묘했다. 어디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웃음을 억지로 참는 것 같기도 한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쉴 때가 안되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게냐?"

넓은 초지 위로 마차들이 집결하는 모습을 지켜 보며 철무륵이 설지에게 말했다.

"령령 녀석이 어지러운지 먹은걸 토해서 잠시 쉬어가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쉬게 해줄려고 그래"

설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철무륵은 훌쩍이고 있는 초혜를 보더니 피식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 녀석은 아직도 저렇게 훌쩍이고 있는게냐?"
"호호호, 많이 섭섭했나봐"
"허 참!"

"켈켈켈! 알고보니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소요나찰이 울보였던게지"
"소요선자거든요. 훌쩍!"
"크하하하"

"호호호"

"켈켈켈"
"하하하"

훌쩍거리면서도 소요나찰이 아니라 소요선자임을 강조하는 초혜를 보며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초혜는 왜 마차를 타고 오는 내내 훌쩍였던 것일까? 사정은 이러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장도에 오르기 위한 출발 준비를 서두르던 사람들 틈에서 함께 움직이던 초혜에게 아이들이 찾아왔었다. 초혜가 그동안 글을 가르쳤던 평저현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초혜가 오늘 떠난다고 하기에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헌데 한 자리에 모여서 웃고 떠들던 작별 인사가 어느 순간에 숙연해지고 말았다. 아이들이 초혜를 향해 스승을 대하는 구배지례를 행했던 것이다. 어슬픈 동작으로 일배, 일배 절을 하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초혜의 눈에 눈물방울이 맺히는가 싶더니 마침내 백옥 같은 볼에 길을 만들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헤어진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인 초혜 때문에 아이들도 함께 울음을 터트렸고 그런 아이들을 하나 하나 안아주면서 석별을 아쉬움을 달랬었다. 이런 이유로 마차를 타고 오는 내내 초혜는 사도연의 눈총을 무릅쓰고 훌쩍거렸던 것이다.

"설지 언니, 령령이 뛰어도 돼?"
"그래, 어지러워하지 않으면 뛰게 해도 돼"
"헤헤, 알았어. 령령 뛰어"

사도연이 령령과 함께 드넓은 초지 위로 달려가자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초혜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은 아이들과 헤어진게 슬프지도 않나 봐. 언니, 점심 때 멀었어? 훌쩍!"
"왜?"
"계속 울었더니 배가 고파서, 훌쩍!"

"호호호"
"크하하"
"켈켈켈, 오늘은 네 녀석 뱃 속의 거지가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구나"
"하하하"

어느 늦여름날에 하남성 모처의 관도에서 소림사가 있는 숭산을 향해 가던 마화이송단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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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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