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로 부터 십여일 후 마화 이송단은 숭산으로 부터 삼백여리 정도 떨어진 관도 변에서 숙영을 하고 있었다. 마화이송단이 숙영하고 있는 인근에는 백여호 남짓의 작은 촌락이 자리하고 있었다. 관도에서 백여장 정도 안쪽으로 들어간 지점에서 숲으로 둘러쌓인 그 촌락은 루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긴 했으나 변변한 객잔 조차 없는 작은 촌락에 불과할 뿐이었다. 원래 마화이송단은 루양을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마을에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아서 부득불 마화이송단이 며칠 머물러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혜아! 어때?"
"음... 그게 조금 이상한데?"
"응? 이상하다니? 뭐가?"

"그게 중독 증상은 맞는 것 같은데 평범한 독은 아닌 것 같단 말야?"
"그래? 당할아버지 께서는 뭐라셔?"
"당할버지도 나랑 생각이 같으셔. 헌데 당할아버지도 마을 사람들의 중독 증상이 기이하다셨어"
"그래?"


설지와 진소청 그리고 초혜가 마을에 들이닥친 전염병을 살펴보던 중 아주 특이한 사항 하나를 발견했었다. 처음에는 전염병인줄 알았는데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전염병이 아니라 특이한 독에 중독된 듯한 현상이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던 것이다. 갑자기 시름시름 앓아 눕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모두 중독 현상이었던 것이다. 헌데 신기하게도 외견상으로는 사람들에게 중독시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혀나 피부색이 변하지도 않았고 피부에 수포가 발생하는 흔한 증상도 발현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초혜와 설지가 중독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사이에 사도연은 깡총거리며 뛰어다니는 령령을 따라다니느라 숨가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제법 살도 오르고 튼튼해져서 사도연과 처음 만나던 때의 령령의 오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당나귀답게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을 만큼 건강을 회복한 것이다. 그 때문에 요즘은 여기저기서 작은 말썽을 일으키고 다니는 령령이었다.

땔감으로 사용하려고 쌓아 놓은 장작더미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지면서 장작을 죄다 흩어놓는다던가 말려놓은 약재에 슬그머니 다가가서 홀라당 먹어버린다던가 하는 행위들은 그저 애교에 불과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사도연이 늘 따라다니면서 하나하나 간섭을 해야만 했다.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되는 것을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설지 언니!"
"왜?"
"령령이 한테 검 보여줘도 돼?"

"검?"
"응! 녀석이 말썽을 너무 피워서 재미난거 보여줄려고"
"호호호, 그렇게 하렴"
"알았어. 화화! 검!"

숙영지 한가운데서 사도연이 외치자 주변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나비들이 일시에 날아오르더니 사도연을 중심으로 회전을 하며 날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작은 용권풍을 대하는 듯 경이롭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도연을 중심으로 회전하던 나비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사도연의 손으로 그 많던 나비들이 한꺼번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더니 순식간에 나비들은 사라지고 대신 사도연의 손에 화려한 문양의 검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화접검의 현신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막내인 미미는 여전히 가장 꼴지로 화접검에 날아들어 한자리를 채워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도연이 '또 늦었어'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귀여운 표정일 뿐이었다. 한편 떼를 지어서 날아다니는 수많은 나비들의 모습을 난생 처음 맑고 커다란 눈으로 직접 목격한 령령은 무척 놀란 듯 두 눈을 껌벅거리면서 사도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령령 어때? 신기하지?"
"푸르릉"

그렇다는 듯 콧소리를 내는 령령을보며 상큼한 미소를 베어문 사도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령령 잘 봐"

다음 순간 사도연이 화접검을 들어 올리더니 가볍게 아래로 내리 그었다.

"성수의가의 검은 천지를 가르고, 천지양단!"

쾅!

"낙일을 벤다. 낙일할단!"

쾅!

"그것이 바로 신녀의 길이다. 신녀지로!"

쾅!

사도연의 외침과 함께 엄청난 폭음이 터지더니 사도연이 서있는 삼장 앞 땅바닥이 좌우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름이 반장 가까이 되는 작은 웅덩이 하나가 생겨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삼재검법이 남긴 엄청난 결과였다.

"엥? 저게 무슨 소리야? 천지양단, 낙일할단, 신녀지로? 이보게 말코! 원래 삼재검법은 태산압정, 횡소천군, 선인지로라는 초식으로 연결되는게 아닌가? 내가 잘못 알고 있나?"

개방의 태상방주인 호걸개가 잘못 알고 있을 턱이 없다. 단지 사도연에 의해서 요상하게 바뀌어버린 초식명이 신기해서 묻는 것일 뿐이었다.

"무량수불! 허허허"
"설지야, 저녀석 방금 뭐한게냐?"
"호호호! 보셨잖아요"

"아니 그야... 천지양단? 언제 이름이 그렇게 바뀐거냐?"
"호호호"
"크하하하"
"하하하"

사도연의 엉뚱함이 삼재검법의 초식 이름 조차 바꾸어버리는 순간이었다. 한편 사도연이 가볍게 내리 그은 화접검에 의해서 땅거죽이 터져 나가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령령은 깜짝 놀라서 네발로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사도연이 다시 검을 좌에서 우로 그을 때 령령은 뒷걸음으로 빠르게 물러나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무척 놀란 탓이었다.

"령령! 잘 봤어? 어?"

삼재검법 삼초식을 시현한 사도연이 령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헌데 없었다. 조금 전 까지 그 자리에 있던 령령이 없었던 것이다. 서너걸음 뒤에서 눈을 껌벅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령령을 사도연이 발견한 것은 몸을 돌리고 나서였다.

"응? 너 왜 거기 있어?"

사도연의 그 같은 말에 령령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언니 때문이잖아'

아마도 령령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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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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