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연이 조금 더 다가오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것의 정체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총표파자님! 저거 퍼덕거리는데요?"
"그러게. 근데 저거..."
"잉어! 잉어 같습니다요"

"그렇지?"
"예. 잉어가 틀립없습니다요. 그것도 대물인데요?"
"허 참! 엉뚱하기는... 가만!"

그렇게 말한 철무륵이 호걸개와 일성 도장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철무륵의 시선에는 명백히 '한잔 하실래요?'라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런 철무륵의 의중을 먼저 눈치 챈 것은 개방의 태상방주인 호걸개였다. 눈칫 밥으로 버텨온 세월만 어언 칠십여 성상에 달하는 그가 떡하니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켈켈켈! 역시 잉어에는 독한 화주가 제격이지. 암! 우리 저거 구워서 한잔함세"
"무량수불!"
"크하하! 이심전심이십니다. 초록아 준비해라."
"옙!"

초록이 두자성은 우렁찬 대답과 함께 사도연의 품에 안겨서 퍼덕거리며 다가오는 잉어를 영접하기 위해 막 준비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초록이 두자성의 행동이 은연 중에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늘고 여린 섬섬옥수 고운 손 하나가 막 팔부 능선을 지나 고지에 닿으려는 사도연의 발길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작은 아가씨! 거기 딱 서요"
"응? 으응?"
"어라?"

"소홍이네"
"이크"

그랬다. 지켜보는 중인들의 입에서 다양한 반응을 토해내게 한 장본인은 바로 소홍이었다. 그녀가 오른 손을 들어 올려서 달려오는 사도연을 멈춰서게 했던 것이다.

"응? 소홍 언니? 왜 그래?"
"아휴!"

자신을 가로막는 소홍을 보며 영문을 몰라하는 사도연과 달리 지켜보는 중인들은 소홍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게 뭐예요?"
"응? 이거? 잉어야 잉어. 설아가 잡아줬어 엄청 크지? 헤헤"

천진난만하게 자랑하는 사도연을 보며 소홍이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제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 옷 꼴이 그게 뭐냐구요?"

커다란 잉어를 안은 채 미소를 짓고 있던 사도연은 그제서야 소홍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도연이 흠칫하여 급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그런데 영 아니었다. 커다란 잉어와 함께 서로 부대끼다 보니 강물과 흙 그리고 풀 같은 것들이 옷에 잔뜩 달라 붙어서 엉망이 되어 있었 것이다.

"그, 그게..."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당황한 사도연이 말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소홍의 가차없는 공격은 다시 이어졌다.

"제가 옷 깨끗이 입으시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했어!"
"그런데요?"

"그, 그게... 미안해"
"설아도 그래. 이렇게 커다란 잉어를 작은 아가씨가 들고 오게 하면 어떻게 해"

마침내 설아에게 까지 불똥이 튀자 설아는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아무런 이상도 없는 자신의 손톱을 이리자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도연과 설아의 그런 모습은 영낙없이 엄마에게 꾸중 듣는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휴! 따라오세요. 옷 갈아입게"
"응! 헤헤, 근데 소홍 언니, 이거 구워먹고 옷은 나중에 갈아 입으면 안될까?"

사도연이 그렇게 말하자 매서운 소홍의 눈빛이 초록이 두자성을 향해 날아갔다. 슬금슬금 움직여서 불쏘시개를 줍는 모습이 딱 걸린 것이다. 소홍의 날카로운 시선을 의식한 초록이 두자성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손에 들었던 불쏘시개를 슬그머니 내려 놓았다.  그런 초록이 두자성을 향해 콧방귀를 날려준 소홍이 사도연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세요"

그 순간 지켜보던 중인들 중 몇몇은 두 손을 천공 높이 들러 올렸다가 주위의 눈치를 살펴보고는 황급히 다시 내리기도 했었다. 설마 그들은 만세를 외치려고 했던 것일까?   

"휴! 다행히도 무사통과군요. 초록아 준비해라"
"옙!"
"켈켈켈, 하마터면 잉어는 맛도 못볼뻔 했구나"

마침내 소홍의 저지를 뚫고 사도연이 무사히 도착하자 그때까지도 소홍의 서슬퍼런 기세에 눌려있던 중인들이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언니. 이것봐"
"호호호, 크구나. 근데 잉어는 어디서 났니?"
"설아가 저쪽 강에서 잡아줬어"

"그랬어?"
"응! 이거 구워줘"
"그러자꾸나"

아직 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은 잉어를 받아든 설지가 침 하나를 꺼내 잉어의 머리 부위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잉어는 이내 잠잠해졌다.

"죽은거야?"
"응!"
"그냥 잠들게는 못해?"

"물고기는 사람과 달라서 이 언니도 조금 더 살펴봐야 해"
"아항! 헤헤"

설지는 그동안 모용세가로 부터 얻은 단초를 바탕으로 물고기를 죽이지 않고 잠만들게 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진전은 있었지만 확실하게 방법을 터득하지는 못하고 있었기에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어디 오랜만에 잉어나 한번 먹어 볼까? 미인이라면 잉어도 가끔 먹어 줘야 되거든"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이는 초혜였다. 그런 초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한 사도연이 말했다.

"누가 미인이야?"
"누구긴 나지! 잘 봐! 붉은 입술과 하얀 이, 그리고 버들가지 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

몸까지 움직여가면서 자아도취에 빠진 초혜를 바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사도연이 슬금슬금 움직여 설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맞아! 그리고 천길 낭떠러지 같은 가슴!"
"그렇지! 잘록한 세류요에 어울리는 천길 낭떠러지 같은 가... 응? 뭐? 뭣?"
"꺄르르르"

"호호호"
"크하하하"
"하하하"

자아도취에 빠져 사도연에게 말려들고 만 초혜가 분통을 터트렸다.

"죽을래?"

그러자 사도연이 손가락 여섯 개를 앞으로 내보였다.

"그건 뭐냐?"
"여섯 살이라고"

이제 겨우 여섯 살인데 죽긴 왜 죽느냐는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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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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