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혜와 사도연이 입씨름을 하는 사이에 초록이 두자성은 모닥불을 활활 피워서 잉어를 구울 준비를 마쳤다.

"설지 아가씨! 그놈 이리 주십시요. 제가 굽겠습니다요"
"그러세요"

설지가 건네주는 잉어를 무심코 받아들던 초록이 두자성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잉어가 꽤 무거웠기 때문이다. 이에 두자성은 놀란 눈으로 사도연을 바라 보았다. 그런 초록이 두자성의 시선을 느낀 사도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세요?"
"작은 아가씨, 이거 무겁지 않았습니까요?"
"응! 하나도 안 무거웠어요."
"예? 이상하다. 그럴 리가..."

성인인 자신이 들기에도 버거운 무게감을 자랑하는 대물이 고작 여섯 살인 어린 아이에게 무겁지 않을 턱이 없었다. 그런데 사도연은 전혀 무겁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초록이 두자성이 잉어와 사도연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실 초록이 두자성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사도연의 곁에는 늘 설아가 함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설아는 자신이 잡은 커다란 잉어를 사도연에게 안겨준 후 자연지기를 조절하여 무게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초록이 두자성을 바라보며 고운 미소를 베어문 설지가 의문점을 해소해 주었다.

"호호호, 설아가 도와줬을거예요"
"아!"

그제서야 납득한 초록이 두자성이 작은 소도를 이용하여 능숙한 솜씨로 잉어의 비늘을 쓱쓱 벗겨내고 배를 갈랐다. 그리고 기다란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여 잉어의 입에서 부터 꼬리 지느러미 부근 까지 꿰뚫은 후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가로 가져갔다. 이제 잉어를 천천히 돌려가며 익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초록아! 잘 굽고 있거라"
"옙"

초록이 두자성의 행동을 지켜 보던 철무륵이 한 소리 당부를 하고는 급한 걸음을 놀려 어딘가로 향했다.

"설지 언니! 대숙 께서 어디 가시는거야?"
"응? 아! 호호, 화주 가지러 가시는거야"
"아! 헤헤. 빨리 빨리 익어라"

양쪽 손바닥을 모닥불 쪽으로 향하게 하여 불기운을 느끼며 사도연이 말했다. 그런 사도연을 바라보던 호걸개 역시도 양쪽 손바닥을 모닥불 쪽으로 향하게 하여 불기운를 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영낙없이 잉어가 익기를 기다리는 다정한 조손의 모습이었다. 한편 화주를 가지러 갔던 철무륵이 돌아오고 나서 한참여가 더 흐른 후에야 마침내 잉어에서 고소한 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잉어가 향기로 자신이 제대로 익었다는 것을 살신성인의 자세로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 익은 것 같은데 설지야 한번 살펴 보거라"
"다 익었어. 이제 먹어도 돼"

설지가 그렇게 이야기 하자 화주 단지를 봉해놓은 종이를 풀어버린 철무륵이 중인들에게 술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르신! 한잔 받으십시요"
"허허! 좋지"
"넘치도록 부어주게"

일성 도장과 호걸개를 위시해서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과 당문의 당태령, 그리고 천마신교의 혁련필과 사사천주 육공오 까지 모여든 사람들 모두에게 술 한잔씩을 따라 준 철무륵이 자신의 앞에 놓인 잔에도 넘치도록 화주를 따른 후 화주 단지를 옆으로 내려 놓고 입맛을 다셨다.

"자! 한잔들 하십시다"
"켈켈켈, 좋구나"
"무량수불"
"원시천존"

불자의 몸인 소림 승려들과 아미파의 제자들을 제외하고 모일만한 사람은 모두 모인 술판이 잘 익은 잉어 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후~ 가시가 있으니까 조심해서 먹어"
"응!"

잉어의 살점을 발라주는 설지를 향해 입을 벌린 사도연이 입속으로 들어온 잉어를 앙하고 씹기 시작했다.

"헤헤, 맛있다. 근데 신니 할머니는 안드셔?"
"호호, 오시라고 했으니까 금방 오실거야"
"스님 할아버지는?"

"혜명 대사님도 오시라고 했어"
"헤헤"
"켈켈켈, 이제 보니 연이가 우리 보다 낫구나. 없는 사람들도 챙기고 말이야"

"크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헌데 이거 좀 모자라지 않을까요?"

사도연의 옆에 앉아서 열심히 화주와 잉어 고기를 먹고 있던 초혜가 점점 줄어가는 잉어를 보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러자 철무륵이 뭐가 걱정이냐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부족하면 몇마리 더 잡아오면 되지 않겠느냐. 쓸데없는 걱정말고 어서 먹기나 하거라"
"호호! 그럼 대숙 께서 잡아오신다는 거죠?"
"응? 크하하하. 그래. 그러자꾸나. 크하하하"

기분 좋게 가가대소하는 철무륵의 얼굴이 모닥불의 열기 탓인지 불콰하게 변해갔다. 한편 설지의 옆에서 어미새가 건네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 아기새 처럼 연신 작은 입을 벌려가며 설지가 건네주는 잉어를 받아 먹던 사도연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나직한 탄성을 토해냈다.

"아!"
"응? 왜 그러니?"
"설지 언니, 저기 강가에 이상한 녀석이 살고 있어"
"이상한 녀석이라고?"
"응! 강가에 높은 절벽이 있는데 그 절벽 중간 쯤에 동굴이 있거든..."

사도연의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사도연을 향하기 시작했다.

"동굴이 있다고?"
"응! 근데 그 동굴에 이상한 녀석이 살고 있어"

사도연의 이야기가 여기 까지 진행되자 게슴츠레하게 풀려가던 초혜의 눈동자가 반짝하고 빛을 발하는 것 같더니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사도연의 이야기에서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도연을 향해 급히 물었다.

"어떤 녀석인데?"
"응? 아! 그러니까 그게 언니들이 찾던 녀석 같아. 독물이거든"
"독물이라고?"

"응! 설아가 살펴 봤는데 몸통이 커다란게 지네 처럼 생겼데"
"오호호호"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한 초혜의 웃음 소리가 모닥불의 열기를 가르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초혜를 보며 사도연이 미간을 찡그렸다.

"설지 언니! 초혜 언니 또 미쳤나봐"
"호호호"

"요녀석이! 아니지, 오호호호, 그러니까 그 동굴에 지네 처럼 생긴 커다란 독물이 산단 말이지?"
"응!"

사도연을 한대 쥐어 박을 것 같던 초혜가 대신 무척이나 즐겁다는 표정을 하고 당태령을 바라 봤다.

"당할아버지! 천년오공이 맞는 것 같죠?"
"그런 것 같구나. 허허, 마을 사람들을 중독시킨게 이제 보니 그놈인가 보구나"
"오호호, 오공아! 오공아! 어디 있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니?"
"뭔 소리야? 거기 살고 있다니까"

초혜를 향해 왠 헛소리냐며 사도연이 타박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도연의 말을 싹 무시한 초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공아 딱 기다리거라. 오호호"
"지금 갈려고?"
"응! 지금 가서 잡아 오지 뭐"

설지의 말에 씩씩하게 대답하는 초혜의 두 팔은 이미 걷어 올려져 있었다. 사도연의 말과 당태령의 짐작이 맞다면 강가의 절벽 위 동굴 안에는 천년을 넘게 살아온 천년오공이 살고 있다는 것인데 초혜는 그런 천년오공의 사냥이 마치 잘 말린 곶감을 빼먹는 것 처럼 별로 대수로울게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혹시 모르니까 설아를 데려가"
"응? 그러지 뭐. 야! 도마뱀! 가자"
"도마뱀 아니라니까"
"그래, 그래, 도마용! 됐지?"

사도연은 초혜의 말을 듣고나서 도마뱀과 도마용의 차이가 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허허, 나도 가서 도와주마"
"나도 같이 가"

걸음을 옮기는 도마용(?)과 초혜를 따라서 당태령과 진소청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독물에 관해서는 초혜와 당태령 만큼 아는 이를 찾기가 힘든 형편이니 당연한 수순이었고 진소청은 혹시라도 초혜가 다칠 것을 우려하여 함께 가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삼인 일수가 천녀오공을 사냥하기 위해 강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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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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