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런 세 사람의 등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따라가는 이가 있었다.

"신녀! 저리 둬도 괜찮으시겠소?"

그는 다름아닌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이었다.

"호호! 괜찮을거예요"

자신의 염려와 달리 너무도 태평한 설지와 그런 설지의 말에 옆에서 작은 머리를 주억거리는 사도연을 보고 유도옥은 말문이 막혔다. 바로 그때 저 멀리 걸어가던 초혜에게서 낭랑한 음성이 토해져 바람에 실려 왔다.

"오호호! 장문 할아버지! 저 보기보다 튼튼하니까 걱정마세요. 다녀올게요"
"윽!"
"크윽"

그런데 초혜의 목소리에 담긴 기운이 너무 생기발랄했던가 보다. 낭랑한 음성이 당도하는 순간 두 사람이 신음성을 토해내고 말았던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황급히 귀를 막은 사도연과 초록이 두자성이 토해낸 신음성이었다. 천년오공을 찾았다는 생각에 너무 들뜬 나머지 초혜가 자신의 음성에 자신도 모르게 진기를 실어 보내는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었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거의 봉황후와 맞먹는 위력이 담긴 음성이 날벼락 처럼 날아들자 내력이 약한 사도연과 두자성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윽! 귀 아파!"
"크으윽"

그런데 미간을 좁히며 투덜거리는 사도연과 달리 두자성은 핏물을 토해내고 말았다. 내상을 입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설지가 잉어에게서 빠져나온 제법 굵은 뼈 하나를 주워들더니 초혜에게 날려 보냈다. 그러자 초혜가 있는 방향에서 곧바로 비명이 흘러 나왔다. 

"크악! 언닛!"
"죽을래?"
"오호호! 미안, 미안! 내가 잠시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말과는 달리 미안한 마음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 같은 초혜의 음성을 향해 심검을 날려 보내 난도질을 해버린 설지가 사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연아! 괜찮니?"
"응! 그냥 귀만 조금 아파! 그런데 초록이 아저씬 다치셨나봐"
"그런 것 같구나. 초록이 아저씨 이거 드시고 운기하세요"

설지가 성수보령환 한 알을 건네자 곧바로 꿀꺽 삼킨 두자성이 가부좌를 하고 내상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인들의 시선이 조금 묘했다. 운기를 통해 내상을 다스리는 두자성이 아닌 사도연을 바라 보며 기이한시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가장 나이 어린 현진 도사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연이 너 내상 입지 않았어?"
"응! 괜찮은데, 왜?"
"아니, 그게 저..."

"켈켈켈, 이 놈아 초록이 저 놈은 내상을 입었는데 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런게 아니냐"
"응? 아! 헤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대답한 사도연이 설지를 냉큼 바라 보았다.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은 늘 설지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도연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어준 설지가 중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우리 연이가 본가의 청명심법을 익혔기 때문이야"
"아! 그렇구나, 헤헤"
"그래! 본가의 심법에는 그런 특성이 있어. 전에 내가 이야기 했지?"
"응!"

사도연이 작은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중인들은 좀더 자세한 말이 나오려나 하며 설지의 입을 주시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더이상의 설명은 이이지지 않았다. 이에 중인들은 탄식을 토해내며 아쉽게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사실 성수의가 비전의 청명심법은 의가의 심법답게 심법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심법이었다. 청명심법으로 생성된 내력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동시에 시전자를 보호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봉황후와 비슷한 음공(?)이 사도연을 자극하자 심법 스스로가 움직여 사도연을 내부에서 부터 우선 보호한 것이다. 물론 초혜가 제대로 된 봉황후를 발휘했다면 아무리 청명심법이라 하더라도 내력이 미약한 사도연이 타격을 입지 않을 도리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세세한 사항을 중인들이 듣는 공개된 장소에서 밝힐 수는 없었기에 설지는 더이상의 설명을 생략한 것이다.

잠시 후 황급히 일주천하여 내상을 일부나마 다스린 두자성이 눈을 뜨자 설지가 다가가 맥문을 잡았다. 일주천하여 내상을 다스렸다고는 하나 자칫 하면 낭패를 볼 우려가 있었기에 두자성의 정확한 몸 상태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어떠냐?"
"괜찮은거 같애. 초록이 아저씨! 다시 운기해보세요. 내상을 완전히 다스려야겠어요"
"예! 아가씨"

철무륵의 염려어린 표정을 본 설지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심시킨 후 두자성의 명문혈에 쌍장을 가져갔다. 그러자 웅혼하지는 않지만 청량감이 깃든 기운이 두자성의 내부로 들어가 내력을 따라서 함께 돌기 시작했다. 한편 두자성은 설지의 쌍장으로 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청량한 기운이 자신의 내력과 함께 돌아다니며 내상을 다스려나가자 점차 편안한 기분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신이 지릿지릿해질 정도의 쾌감이 뒤따르자 깜짝 놀라서 신음성을 토해낼 뻔 했다. 내상 다스리기를 마친 청량한 기운이 할 일이 없어지자 또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두자성의 내부를 돌아다니며 일으킨 현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청량한 기운은 할 일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단단히 막혀 있는 임독양맥을 찾아낸 것이다. 바로 그때 설지의 전음성이 두자성을 일깨웠다. 

- 정신 바짝 차리세요.

때마침 들려온 설지의 전음이 아니었다면 두자성은 전신을 지릿지릿하게 만드는 쾌감에 놀라서 주화입마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지금 부터 임독양맥을 뚫을 테니까 운기를 멈추지 마세요.

설지의 전음에 감격한 두자성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한 차례 부르르 떨렸다. 그런 두자성을 본 철무륵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갔다. 혹시라도 주화입마의 조짐이 아닌가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자신의 내력과 설지의 청량한 기운이 합쳐진 거대한 기운이 일제히 임독양맥과 충돌을 일으키자 두자성은 머리 속이 아득해져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연이랄 수 있는 임독양맥의 타동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두자성의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충돌이 거듭해서 일어날 때 마다 몸이 들썩일 정도로 큰 충격이 계속 전해지자 두자성의 강인한 의지도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충돌이 일어나는 순간 머리 속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오자 결국 두자성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두자성의 임독양맥 즉 생사현관이 마침내 완전히 타동된 것이다. 이는 두자성이 상문 즉 백회를 열면서 초절정의 경지에 접어 들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로소 완전한 초절정의 고수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임독양맥을 뚫어준 것이더냐?"
"응! 철숙부 축하해! 이제 녹림에 초절정 고수가 하나 더 늘었네"
"크하하. 수고했다. 초혜 녀석 덕택에 화가 복이 되었구나"

"호호, 그런 셈인가"
"켈켈켈, 축하하네"
"축하하네"

"크하하, 고맙습니다. 아! 이럴게 아니라 한 잔 더 하시죠"
"켈켈켈, 아주 좋은 생각일세"
"크하하하"
"허허허"

정신을 잃은 두자성을 한쪽으로 대충 밀어놓은 철무륵이 중인들과 다시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강가에 도착한 초혜 일행은 절벽 위를 올려다 보며 동굴의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도마뱀! 저기야?"
"캬오!"
"그래? 그럼 이 누님이 오공이 녀석을 한 번 만나볼까?"

그렇게 말하는 초혜의 눈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어린아이의 눈 처럼 반짝짝반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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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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