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어림잡아 봐도 사람 서너명이 한꺼번에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꽤나 넓어 보이는 동굴 입구를 올려다 보던 초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함께 올라가실거예요?"

"허허, 그렇지 않으면 내가 뭐 때문에 따라 왔겠느냐?"
"그건 그런데..."

뭔가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것 처럼 행동하는 초혜를 바라보던 당태령이 그 모습에서 무언가를 떠올린 듯 가볍게 혀를 찼다.

"쯧! 녀석! 혹시 이 할애비의 신법이 부족할까 봐 그러는게냐?"

당태령의 이 같은 말에 초혜가 내심을 찔린 듯 움찔 했다.

"오호호호! 꼭 그런건 아니구요"
"인석아! 내가 이래 봬도 소싯적엔 벽호공으로 오르지 못한 곳이 없었느니라"
"벽호공이요?"

"그래"
"그러니까 절벽에 손가락 막 찔러 넣었다 뺐다 하는 뭐 그런거 밀이죠?"
"잘 아는구나, 가르쳐주랴?"

"에이! 채신머리없게 어떻게 그런걸 펼쳐요"
"뭐? 허허허"

초혜 덕택에 어지간한 무인은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는 절학이 한낱 채신머리없는 무공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기력도 딸리실텐데 쓸데없는데 힘 빼지 마세요"
"예끼! 인석아! 당문의 태상장로더러 채신머리 없다느니, 기력이 딸린다느니 하는 놈은 강호에서 네 녀석 하나뿐일게다. 허허허"
"오호호!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네, 죄송해요. 전 단지 당 할아버지 께서 힘드실까봐 그런거예요"

"허허허, 되었다. 네 녀석 마음을 내 모르는 것도 아니고"
"호호호, 근데요. 하나가 아니예요"
"응? 그게 무슨 말이냐? 하나가 아니라니?"

"조금 전에 그러셨잖아요. 강호에서 나 하나 뿐일거라고"
"응? 아! 헌데 그게 왜?"

당태령이 의문을 표하자 초혜가 손가락 두 개를 앞으로 척하니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알기에 적어도 둘이 더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초혜의 시선이 숙영지 방향을 향했다가 다시 진소청을 향하고 있었다. 손가락 두 개가 의미하는 바는 숙영지에 있는 설지는 물론이고 옆에 있는 진소청도 포함된다는 의미였다. 초혜의 시선에서 그 같은 의중을 읽은 당태령이 실소를 흘렸다.

"허허허, 네 녀석들 덕분에 영낙없는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는구나"
"오호호"
"당할아버진 내가 모시고 올라갈테니 먼저 올라가"
"그럴까? 그럼 먼저 갈게요"

그렇게 말한 초혜가 절벽을 향해 표표히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절벽에 부딪혔다가 돌아오는 바람이 그런 초혜의 옷자락을 세차게 흔들었다. 단 한번의 도약으로 별 어려움없이 동굴 입구에 가볍게 내려서는 초혜를 바라보며 당태령이 감탄성을 토해냈다.

"허허, 녀석이 날 뒷방 늙은이 취급할만하구나"
"호호호! 별 말씀을 다하세요."
"아니다. 너희들을 볼 때 마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실감나는구나. 허허허"

당태령의 말에는 왠지 모를 진한 아쉬움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유수와 같은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하는 것일까? 그런 당태령을 향해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인 진소청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우리도 가죠. 제 손을 잡으세요"
"그러자꾸나. 부탁하마"

당태령의 손을 잡은 진소청도 발을 굴러 날아 올랐다. 한편 진소청의 손을 잡고 함께 날아오르는 당태령은 내심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맞잡은 손을 통해 전해지는 진기에 의해 자신의 몸이 더없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동굴 입구 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 먼저 도착한 초혜와 설아는 동굴 입구를 가볍게 한 차례 쓰윽 둘러 보고는 아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바람에 옷자락을 날리며 표표히 날아 오르는 진소청과 당태령이 거기 있었다,.

"어서 와"'
"어때?"

당태령의 손을 잡고도 초혜 못지 않은 가벼운 신법으로 동굴 입구에 날아내린 진소청이 물었다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는 초혜의 시선이 괴괴한 적막과 어둠에 휩싸인 동굴 내부로 향했다. 동굴에서는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비릿한 냄새 그리고 뭔지모를 알싸한 냄새 까지 한꺼번에 섞여서 흘러나오며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독물들이 사는 곳에선 흔하게 맡을 수 있는 냄새다. 헌데 조금 과하구나"

그럴 만도 했다. 천년을 이어서 살아가고 있는 천년오공이니 만큼 어지간한 독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냄새가 동굴 속을 떠돌아 다니는 공기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까 청청 언니는 당할버지랑 뒤따라와"
"알았어! 조심해"
"염려마! 도마뱀! 놀면 뭐해, 어서 앞장 서"
"호호호"

초혜의 말에 진소청이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설아를 앞장 세우면 어지간한 독물들이야 문제될 턱이 없었다. 하지만 그 같은 초혜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는지 설아가 슬쩍 째려봤다.

"어쭈! 너 지금 째려봤냐?"

그냥 넘어갈 초혜가 절대 아니었다. 황급히 양손을 들어올려서 손사래를 친 설아가 허공을 둥둥 날아서 앞서 가기 시작했다.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날개를 펄럭거리는 것도 아닌데 설아의 몸은 말 그대로 허공을 둥둥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런 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초혜가 이채를 발했다.

"햐! 고 녀석 제법인데"

비록 천년을 견뎌낸 후 정상적으로 용이 된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영수의 제왕인 용으로 살아가고 있는 설아였다. 그런데 그런 설아가 제법이라며 대견해 하는 초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초혜의 이런 반응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호풍환우가 자유롭고 입으로 화염까지 토해내는 오백살 먹은 용을 향해 사람이 하기에는 분명 적당치 않은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혜로 부터 제법이라는 말을 들은 설아의 입꼬리가 웃는 것 처럼 좌우로 벌어져 있었다. 뒤통수만 보여준 채 앞서 날아가고 있었기에 누구도 그런 설아의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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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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