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초혜와 일행들이 설아의 뒤를 따라서 천천히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갈 무렵 사도연은 설지의 머리 위에 내려 앉은 나비들을 보고 있었다. 초혜의 머리 위에 자리하고 있던 십여마리의 나비들이 사도연과 멀어지자 초혜의 머리 위에서 일제히 날아올라 설지의 머리 위로 잠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런 나비들을 바라보면서 사도연이 문득 떠올린 것은 '쟤들은 뭘 먹지?'였다. 이에 설지의 소매를 잡아 당기며 사도연이 작은 입을 열었다.

"언니! 나비들도 생선 먹어?"
"응? 그건 왜?"
"갑자기 나비들은 뭐 먹는지 궁금해졌어"

"그랬구나. 나비들이 꽃을 찾아 다니는건 알고 있지?"
"응! 그럼 꽃을 먹는거야?"
"호호호! 아니야! 벌 처럼 꽃을 찾아 다니며 꿀을 빨아먹지"

"아! 꿀!"
"그래. 그리고 달콤한 과일의 즙 같은 것도 좋아해서 빨아먹거나 나무 수액을 빨아먹기도 해"
"헤! 그러니까 나비는 물 같은걸 먹는거구나"

"그런 셈이야"
"그럼 생선은 안 먹겠네?"
"생선살은 안 먹어도 살과 뼈에 있는 즙은 먹을걸"

"진짜?"
"응! 몸이 막 건강해지는 그런걸 골라서 빨아먹을거야"
"헤헤! 그렇구나. 화화! 내려와서 이것 먹어"

그렇게 말하면서 사도연이 커다란 잉어뼈 하나를 가리켰다. 그러자 사도연의 머리 위에 앉아서 졸고 있던 화화와 미미가 스르르 날아 오르더니 지금은 사람들의 입 속으로 사라졌지만 얼마전 까지 투실한 살들로 채워져 있었을 앙상한 뼈 위에 내려 앉았다. 그런데 그렇게 날아내리는 나비의 숫자가 두 마리가 아니었다. 설지의 머리 위에 있던 나비들 까지 합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법 커다란 잉어뼈는 순식간에 나비의 날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헤헤! 맛있나봐"

잉어뼈 위로 날아내린 나비들을 보며 사도연이 탄성을 토해낼 무렵 천년오공이 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 갔던 초혜의 입에서는 짜증섞인 투덜거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제길! 뭐가 이렇게 길어"

꽤 긴시간을 걸었음에도 동굴은 여전히 초혜 일행에게 그 끝을 보여 주지 않고 있었다.

"청청 언니! 좀 이상하지 않아?"
"글쎄?"
"이제 보니 동굴이 조금씩 아래를 향하고 있구나"
 
그랬다. 당태령의 말처럼 동굴은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조금씩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제법 긴 시간 동안을 걸어 왔음에도 일행은 동굴의 끝에 쉽사리 당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그럼 대관절 얼머나 더 가야 하는거야?"

천년오공이라는 영물이 있을지도 모르는 동굴 속을 걸어가면서도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초혜의 입에서 짜증섞인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참! 당할아버지! 앞은 잘 보이시죠?"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을 전혀 거리낌없이 걸어가던 초혜가 문득 생각난 듯 당태령을 보며 말했다.

"허허! 네 녀석들 만큼은 아니어도 이 할애비의 내력이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으니 걱정말거라"
"호호호, 그럼 다행이구요. 혹시 너무 어둡다 싶으시면 청청언니에게 야명주가 있으니까 달라고 하세요"
"야명주? 허! 그 귀하다는 야명주를 가지고 있었더냐?"

"예! 귀양의 본가에 있을 때 아가씨랑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취하게 되었어요"
"허허허, 그 귀한 야명주 조차 네 녀석들은 우연히 얻는구나"   
"호호호! 부러우세요"

"인석아 너 같으면 부럽지 않겠느냐?"
"응? 오호호! 그렇게 말씀하시니 부러울 것 같긴 하네요"

긴장감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쓸데없는 농을 서로 주고 받으며 어둠 속을 걸어가던 일행들이 일각여 정도를 더 걸어갔을 즈음 갑자기 앞장 서서 허공을 날아가던 설아가 나지막한 기음을 토해냈다.

"캬오!"
"응? 도마뱀! 무슨 일이야?"

설아의 기음에 걸음을 멈춘 일행들은 내력을 돋워 앞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행의 앞에는 여전한 어둠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혜가 입과 코를 손으로 틀어 막았다. 역겨울 정도로 비릿한 향이 동굴 저 깊는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윽! 냄새야. 오공이 이 자식은 평소에 얼마나 안 씻고 다니길래 이렇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거야"

초혜의 그 같은 말을 들은 당태령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허허허"
"청청 언니! 아무래도 다 온 것 같은데?"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어떻게 할래? 청청 언니랑 당할아버지는 여기를 지켜 나랑 설아랑 먼저 가볼 테니까"
"알았어! 조심해"
"호호호! 별 걱정을 다하셔. 당할아버지 먼저 갈게요"

"오냐! 조심하거라'
"예"

진소청과 당태령을 기다리게 한 초혜가 설아와 함께 어둠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동굴 저너머 깊은 어둠 속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츠츠츠츳

무언가가 은밀하게 움직이는 소리였다.

"야! 도마뱀! 소리 들려?"
"캬오"
"역시 천년오공이 맞단 말이지. 호호호"

그렇게 말하며 교소를 터트리는 초혜의 이빨이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동굴 깊은 곳에서 잠을 자던 천년오공은 갑자기 들려온 인기척에 놀라서 잠을 깬 후 자신의 잠을 방해한 이들이 누군지 전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천년오공의 눈에 잠깐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하얀 빛이 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하얀 빛을 멀리서 마주한 순간 천년오공은 갑주 보다 더 단단한 외골격으로 무장한 자신의 몸 전체를 왠지모를 섬뜩함이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커다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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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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