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화영 언니다."

한편 초혜 일행이 사로잡은(?) 천년오공을 대동하고 동굴을 막 빠져나올 무렵 숙영지에선 사도연이 저 만치에서 걸어가는 아미파의 화영 스님을 발견하고 반색을 했다.

"화영 언니! 이리 와"
"으응? 그,그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화영 스님이 어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잠시 움찔했으나 사부인 금정신니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 소홍이 무언가를 들고 화영 스님 곁으로 다가왔다.

"화영 스님! 안녕하세요?"
"아! 예! 아미타불!"

소홍의 말에 화들짝 놀란 화영 스님이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부끄러움이 많은 탓인지 화영 스님은 사람들을 대할 때 항상 이런 모습이었다. 그 때문에 사부인 금정신니가 늘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아유! 화영 스님은 부끄러움이 너무 많으세요. 호호호"
"죄,죄송해요"
"응? 호호호, 그렇다고 죄송할 것 까지는 없으니까 편하게 대해주세요"

"예? 아! 예! 아미타불"
"호호호"

편하게 대해 달라는 소홍의 말에도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화영 스님이었다. 아미파의 승려라고는 하나 이제 겨우 아홉 살에 불과한 화영 스님에게선 스님이라는 인상보다 막내 동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소홍은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부끄러워 하는 화영 스님의 모습을 볼 때 마다 귀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화영 언니! 여기 와서 앉아"
"으응! 실례해요"
"호호, 어서 와요"
   
설지에게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 화영 스님이 사도연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런 화영 스님의 모습을 금정 신니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매달고 지켜 보고 있었다. 숫기가 없는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 제자였기 때문이다.

"소홍아! 그건 뭐니?"
"호호, 소채 볶음이예요"
"켈켈켈! 소홍이 네가 최고다"

설지의 질문을 받은 소홍이 소채 볶음이라고 대답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호걸개가 소홍으로 부터 접시를 빼앗듯이 냉큼 받아들고는 금정신니 앞에 내려 놓았다.

"금정 할망구! 많이 드시게, 그저 우리 나이가 되면 먹는게 전부 보약인게야"
"거지발싸개 같은 영감탱이가 지금 누구더러 같은 취급을 하는게야"
"엥! 그게 말인가?"
"몰라서 묻는게야?"

그러면서 금정신니가 고개를 슬며시 치켜 올렸다. 그 순간 중인들은 금정 신니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금정 신니와 호걸개가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외견상 중년 여인과 노인네라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안과의 효능이 남자 보다 여자에게 더욱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에 두 사람의 모습을 새삼 확인하고 비교한 중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금정 신니의 말에 공감했다.

"엥? 다들 반응이 왜 그래?"

호걸개의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을 본 사도연이 중인들을 대신하여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 주었다.
 
"거지 할아버지가 지셨어요"
"크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중인들의 웃음 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문을 몰라 하는 호걸개였다. 한편 동굴의 입구에 다다른 초혜는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 보며 감탄을 토해내고 있었다.

"햐! 재주 좋네, 오공이 녀석은 이렇게 높은 곳을 어떻게 드나든거야?"

초혜의 말대로 까마득한 벼랑에 위치한 동굴에서 외부로의 출입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천년오공에게는 벼랑 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발들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허허, 원래 지네들이야 절벽을 오르내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 하물며 천년오공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헤헤,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내려갈까요?" 

"그러자꾸나. 내려가는 것은 나도 가능할 것 같구나"
"그래도 조심하세요. 야! 오공이! 넌 늦게 내려오면 죽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초혜가 아래를 향해 먼저 뛰어 내렸고 그 뒤를 따라 당태령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 내렸다. 두 사람의 뛰어 내리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진소청이 마지막으로 뛰어 내리며 옷자락을 바람에 흩날리자 천년오공도 그 많은 발을 이용하여 절벽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맨 먼저 뛰어 내린 후 신법을 펼치며 아래로 내려가는 초혜를 거의 따라 잡을 정도로 빨랐던 것이다. 그런 기척을 눈치 챈 초혜가 고개를 뒤로 돌려 천년오공을 바라보면서 대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햐! 역시 내려오는게 올라가는 것 보다 더 재미있네. 당 할아버지 어디 불편한데 없으시죠?"
"허허허! 멀쩡하니까 염려할 필요 없다"
"원래 나이가 들면 뼈가 잘 부러지는 법이니까 다시 한번 살펴 보세요"

"예끼 이 놈!"
"호호호. 청청 언니도 괜찮지?"
"응! 괜찮아"

"야! 오공이! 너 제법 하더라?"
"키에엑"

초혜가 자신을 칭찬하자 천년오공은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천년오공은 자신도 모르게 빠른 속도로 초혜에게 적응하고 있었다.

"청청 언니! 몇 마리 더 잡아가야겠지?"
"응? 아! 그게 좋겠네"
"헤헤, 난 역시 배려대마왕이라니까"

당태령은 처음에는 배려대마왕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초혜의 말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야! 도마뱀! 잉어 몇 마리 더 잡아와! 한 마리로는 아무래도 부족할 테니까 몇 마리 더 잡아가자"

그렇게 말하는 초혜를 삐딱하게 한번 바라본 설아가 잔잔한 강물 위로 스윽 날아가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 강물 속을 들려다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강물 속으로 사라진 설아에 의해 커다란 잉어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풀밭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강물 속에서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잉어들의 도착지가 묘하게도 초혜의 발치 바로 아래였다. 그 바람에 당태령의 헐렁한 장포를 걸치고 있던 초혜에게 물과 흙이 한꺼번에 튀기 시작했다. 강제로 강물 속에서 풀밭으로 꺼내진 잉어들의 몸부림 덕택이었다.

"저 자식이!"

누가 보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설아가 의도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 초혜를 보며 당태령과 진소청이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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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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