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당태령과 진소청이 점점 초라해지는 초혜의 몰골(?)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수면 아래에서 변화가 감지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물체가 수면 아래를 검게 물들이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응?"
"어? 저게 뭐야?"

이에 진소청과 초혜가 의문을 터트리면서 수면을 주시하기를 잠시 촤아악 소리를 내면서 커다란 물체가 수면 위로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물론 정체를 드러낸 커다란 물체의 아래에서는 설아가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려서 그 물체를 떠받치듯이 들고 있었다. 그런 설아의 모습을 지켜 보던 초혜 일행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커다란 물체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지켜본다고 해서 모두가 정체를 쉽게 파악하는 것은 아니었다.
초혜의 경우에는 수면 아래에서 부터 설아에 의해 강제로 건져 올려진 커다란 물체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자신의 눈 앞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커다란 물체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하는 초혜였다. 전체적인 크기가 성인 남성과 비슷할 정도여서 잉어와는 비교가 안되게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분명 그 생김새가 물고기 즉 생선(?) 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무지하게 큰 생선을 지켜보는 초혜의 의구심은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수면 아래에서 강제로 퇴거당한 잉어들은 설아의 조치에 반발하여 초혜의 발치에 다다르기가 무섭게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건만 성인의 체구만큼 커다란 크기를 가진 생선 처럼 보이는 그 놈은 천천히 눈만 한 번씩 껌벅거릴 뿐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설아가 초혜의 바로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수면 아래에서 지상으로 위치가 바뀌었건만 여전히 미동 조차 없는 생선이었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초혜의 눈이 그 생선과 비슷하게 껌벅거렸다.

"언니 이게 뭐야?"
"처음 보니?"
"응!"

"호호, 그렇구나. 그 놈은 바이지라고 불리는 거야"
"바이지?"
"응! 그러니까 돌고래는 알지?"

"알아! 그럼 이게..."
"그래 바이지는 바다가 아닌 강에서 사는 돌고래야"
"아! 햐! 신기하네. 강에 사는 돌고래라니"

"헌데 이상하구나"
"예? 당할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바이지는 원래 장강에서만 사는 녀석이 아니더냐? 헌데 여기는 황하강의 지류가 아니더냐?"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아이 참!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요. 장강에서 실수로 바다로 나갔다가 '어마! 여기가 아닌가 보네' 하고 다시 강으로 돌아오다가 옆길로 샛겠죠"
"뭐? 호호호"
"허허허. 그 녀석 참"

초혜의 간단명료한 해석에 웃음을 터트리는 두 사람이었다.

"언니! 근데 먹을 순 있는거야?"
 
창날 처럼 뽀족하고 기다란 주둥이를 가진 바이지를 내려다 보면서 초혜가 하는 말이었다.

"그렇긴 한데..."
"그렇지?"
"응"

이심전심이라고 했던가 별다른 말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진소청과 초혜였다.

"야! 도마뱀! 이 녀석 돌려 보내"
"캬오오오~"

초혜의 말에 늘 순종하던 설아가 돌려보내라는 말에 이번에는 왠일 인지 거칠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맛있을 것 같다고?"
"캬오!"
"야 이 자식아! 넌 이렇게 예쁘게 생긴 녀석을 보고 맛있겠다는 생각이 드냐?"
"캬오! 캬오오오~"
"뭐? 닭도 예쁘게 생겼다고?"

닭도 예쁜데 왜 잡아 먹느냐는 설아의 항의에 일순 말문이 막히는 초혜였다. 그럴 때는 늘 손쉬운 해결책을 내놓는 초혜가 아니던가? 설아의 말도 안되는 항의에 한쪽 눈썹을 꿈틀한 초혜가 주먹을 쓱쓱 문지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닭이야 원래 잡아 먹을려고 기르는거고 저 녀석은 아니잖아"
"캬오오오~"
"뭐? 그럼 저 녀석도 키우면 되지 않냐고?"
"캬오!"
"이 자식아 지금 그게 말이 되냐?"

매섭게 쏘아보는 초혜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이번만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설아였다.

"캬오오~"
"하! 미치겠다. 오늘은 날 괴롭히는 녀석들이 왜 이리 많아."

그렇게 말한 초혜가 한쪽 옆에서 조용히 자신들을 바라 보고 있는 천년오공 쪽으로 찌릿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설아를 돌아 봤다. 여전히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이는 설아였다. 이에 지켜보던 진소청이 나섰다.

"설아!"
"캬오!"

설아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진소청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연아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러니?"

그러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설아였다.

"호호. 그랬구나. 하지만 연아도 우리랑 생각이 같을거야"
"캬오?"
"그래! 아마 저 녀석을 잡아가면 왜 잡아 왔냐고 그럴걸. 연아가 예쁜건 먹는게 아니고 보는거라고 그랬잖아"
"캬오!"

진소청이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수긍하는 설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지를 선뜻 돌려보내고 싶지는 않은 듯 잠시 미적거리는 설아였다.

"야! 빨리 돌려보내. 그러다 이 녀석 죽어. 가만! 헌데 이 녀석은 왜 꼼작도 않는거야?"
 
일체의 움직임도 없이 눈만 껌벅거리는 바이지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초혜였다.

"야! 도마뱀, 뭔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풀어주고 빨리 돌려 보내"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쉬움을 삼킨 설아가 다시 바이지를 들러 올렸다. 그리고 강물을 향해 휙하고 던져 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던져진 바이지가 허공 중에서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설아의 속박에서 마침내 벗어난 듯 보였다. 한편 설아에 의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간 바이지는 수면과 마주치면서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킨 후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헌데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바이지가 다시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면 아래에서 부터 힘껏 도약하여 수면 위로 뛰어 오른 것이었다. 마치 돌려 보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듯 했다.

"그래! 그래! 이제 도마뱀 같은 녀석 만나지 말고 잘 살아"
"캬오오!"

바이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초혜를 보며 불만을 토로하는 설아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바이지를 전송한 초혜가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이제 돌아가죠"
"그러자꾸나"
"그래"
"야! 도마뱀! 넌 이거 들고 와"

아직 까지 바닥에서 퍼덕거리는 잉어들 가운데 한마리를 가볍게 툭 찬 초혜가 설아에게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슬쩍 돌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한 차례 지어보인 설아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다음 순간 바닥에서 퍼덕거리던 잉어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더니 허공 중에서 퍼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아의 움직임에 따라서 물속을 유영하듯이 허공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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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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