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 저기가 숭산이야?"
"그래. 이제 다 왔구나"

시원하게 탁 트인 넓은 관도를 달리는 사두마차의 지붕 위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물론 두 개의 목소리 중 앞선 귀여운 목소리는 사도연이었으며, 뒤의 포근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 주인공은 설지였다. 성수객잔을 출발한 마화이송단의 행렬이 목적지인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에 가까워질 무렵 부터 설지와 사도연은 지금 앉아 있는 마차의 지붕 위로 자리를 옮겼었다. 마차의 창 너머로 머리를 내밀고 멀리서 희미하게 다가오는 등봉현의 모습을 보고 있던 사도연이 갑자기 버둥거리며 마차의 지붕 위로 올라가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언니! 나오길 잘했지?"
"그렇구나. 우리 연이 말대로 나오니까 정말 좋구나"
"근데 배고프다"

"뭐? 호호호"
"헤헤"
"등봉현에 들어가면 객잔에 먼저 들리자꾸나"
"응!"

사도연과 설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마화이송단의 선두는 등봉현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물론 마화이송단의 선두는 비아를 등에 태우고 있는 밍밍이었다. 이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막 등봉현으로 진입하는 행렬로 모아졌다. 당나귀가 이끄는 행렬이었기에 유독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선종의 본산지이자 천하 제일 고찰이라는 소림사가 있기 때문인지 등봉현을 오가는 사람들의 수는 상당했다.

승도속을 구분하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길을 오가고 있었으며 그런 사람들로 인해 서로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던 것이다. 물론 그 많은 인파들 중에서 일반 백성들은 달마 대사의 불법을 이어받은 고승들의 탑이 자리하고 있는 탑림을 포함한 소림사를 구경하기 위해 나선 나들이객이었으며, 승복을 입은 일부 승려들은 백마사, 월산사와 함께 중원 삼대 명찰로 불리고 있는 소림사에서 불법을 깨우치고자 하는 수도승들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섞여 있는 병장기를 패용한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중원 무학의 총본산인 소림사를 찾은 무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행인들이 조금 전 부터 천천히 길 양편으로 나눠지며 길을 비우고 있었다. 혜명대사를 비롯한 소림사의 승려들이 언제부턴가 밍밍의 앞에 나서서 정중하게 반장하며 길을 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화이송단의 행렬이 긴 까닭에 인파로 인한 소란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우와! 사람들 무지하게 많다. 원래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거야?"
"아마 그럴거야"
"응? 언니! 저건 뭐야?"

갑자기 사도연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 쪽으로 시선을 주었던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전하고 향을 팔고 있구나"
"지전하고 향?" 
"그래. 소림사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전이나 향을 사들고 올라가"

"그걸로 뭐하는데?
"지전이나 향을 태우면서 부처님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들어주시거든"
"아! 헤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도연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철숙부!"
"왜 그러느냐?"
"마차랑 사람들은 먼저 소림사로 올려보내고 우린 할아버지들이랑 객잔에 들렀다가 올라가는게 좋겠어"

"배가 고픈게냐?"
"연이가 배가 고프데"
"헤헤. 밥먹고 갈거예요"
"알았다. 내 그리 조치하마"

설지와 몇 마디 말을 나눈 철무륵이 뒤로 빠진 후 전방을 살피던 사도연이 입을 열었다.

"언니! 저기, 저기 어때?"

사도연이 가리키는 곳에는 삼층 짜리 객잔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등봉현에서 가장 유명한 객잔인 등봉객잔이었다.

"호호, 좋구나. 저리로 가자꾸나. 초록이 아저씨! 등봉객잔으로 가세요"
"예. 아가씨"

잠시 후 마화이송단에서 빠져나온 네 대의 마차가 등봉객잔 앞에 멈춰섰다. 그러자 객잔 안에서 어린 점소이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쪼르르 달려 나오더니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어서옵쇼! 등봉현 최고의 객잔 등봉객잔에 방문하신 여러 영웅호걸님들을 환영합니다"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에 이골이 난 듯 어린 점소이 녀석의 혀는 마치 기름칠이라도 한 것 처럼 상당히 매끄러웠다. 그런 점소이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던 사도연이 설지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언니, 내려줘!"
"그래"

그렇게 말한 설지가 사도연을 품에 안고 우아한 몸짓으로 마차의 지붕 위에서 객잔 앞으로 뛰어내리자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점소이가 설지의 얼굴을 확인하고 입을 떡 벌렸다. 그 순간 점소이의 머리 속으로는 '월궁의 항아가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거야'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점소이의 벌어진 입은 쉽사리 닫혀지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월궁의 항아가 뛰어내린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또 다른 월궁항아 둘이 자신의 앞에 내려섰던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내려선 월궁항아 둘 중 하나의 입에서는 옥음 까지 흘러 나왔기에 더욱 그랬다.

"설지 언니! 소림사가 바로 지척인데 산문을 곧바로 오르지 않고 객잔에 들르는건 결례가 아닐까?"
"예! 아가씨.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호호! 걱정하지마, 방장 스님께 양해를 구하는 서찰을 보냈어"
"응? 언제 누가?"

다소 횡설수설하는 말이었지만 초혜의 그 같은 의문을 설지가 곧바로 풀어주었다.

"설아가 조금 전에 서찰을 가지고 올라갔어"
"아! 그래서 도마뱀 녀석이 안보이는구나"
"설아는 도마뱀 아냐"

"그래, 그래 알았다. 애기용! 됐지?"
"흥!"
"켈켈켈! 이 놈들아 잡담은 그만하고 어서 들어가자꾸나. 기다리다가 거지 숨 넘어가겠다."
"크하하! 어른신 말이 맞다. 어서 들어가자꾸나! 놈! 뭘하는게야? 어서 안내하지 않고"

철무륵이 우렁우렁하는 목소리로 호통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점소이가 후다닥 몸을 추스리며 다시 한번 일행을 향해 머리를 숙여 보인 후 입을 열었다.
 
"죄,죄송합니다. 어서 오르십쇼"
"허허허. 그리 서두를 것 없네"

설지와 사도연이 먼저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서 일행이 객잔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객잔의 입구에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뚱뚱한 체격을 가진 이가 일행을 맞아주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요"
"켈켈켈, 반갑네. 자네가 여기 주인인가?"
"예? 예! 그,그렇습니다"

등봉객잔의 주인 동천호는 일순 당황했다. 월궁항아들과 선풍도골의 도인들 틈에서 난데없이 왠 거지 하나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내심으로 월궁항아 중의 하나가 자신에게 말을 걸면 어떻게 대답할까를 생각하고 있던 동천호를 본 호걸개가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역습한 것이다.  

"켈켈켈, 왜 그리 당황하는가? 혹시 예쁜 아이들 대신 나 같은 거지가 말을 걸어서 그런겐가?"

호걸개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헉하고 숨을 들이킨 동천호가 최대한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부인했다. 내심으로는 '어떻게 알았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켈켈켈"

그런 동천호를 보며 짖궃은 표정을 지어 보인 호걸개가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 참! 언니! 나 금방 나갔다 올게?"
"응? 어딜 갈려고?"
"헤헤, 비밀이야"

"호호. 그래 알았어. 마침 설아가 오는구나"
"캬오~"
"사람이 많으니까 주위를 잘 살피고 조심해야돼"
"응! 알았어"

설지의 서찰을 갖고 소림사로 날아갔다가 돌아온 설아와 함께 사도연이 객잔 밖으로 나가자 은신해 있던 천마신교의 흑룡대가 그 뒤를 은밀히 따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설지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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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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