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연 역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사도연은 물론이고 일행들 모두 주위에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기감 같은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당황한 것은 소림사 측이었다. 소림사의 방장과 계율원주 등이 한꺼번에 저리한 곳에서 누군가가 은밀하게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방장인 혜공 대사가 소림사의 일절로 알려진 금강반야대신공을 끌어 올려 주위로 기감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혜공 대사의 몸에서 찬란한 황금 빛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한편 소림사를 찾은 향화객들은 성수의가에서 온 일행들과 함께 경내를 걸어가던 방장 스님의 몸에서 갑자기 금광이 솟구치자 깜짝 놀라는 한편 앞다투어 방장 스님을 향해 합장하며 불호를 외기 시작했다. 승려의 몸에서 찬란한 금광이 솟구치자 부처님의 현신 쯤으로 여긴 까닭이다.

"아미타불!"

한편 소림사의 방장인 혜공 대사의 몸에서 금광이 솟구치자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도연의 머리 속으로 다시 한번 전음성이 들려왔다.

- 아이야! 혹여 내 말이 들리느냐?
"아! 예. 어디계세요?"

갑작스러운 사도연의 말에 설지가 고개를 숙여 손을 잡고 있던 사도연을 바라봤다.

"왜 그러니?"
"다시 들렸어"
"그래? 어느 방향이니?"

그러자 고개를 살래살래 가로젓는 사도연이었다. 소리는 들려오지만 방향은 짐작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초혜가 조금은 긴장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혹시 살수아냐?"

초혜가 던진 말의 파장은 컸다. 백팔나한들의 기세가 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사도연은 목소리에서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기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초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살수라면 막 으시시하고 무섭고 또 또 음음 하여튼 살수는 아냐"

사도연의 말에도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는 백팔나한들이었다. 한편 사도연에게 음성을 날린 주인공은 무려 백년만에 자신을 도와줄 아이를 찾았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다시 한번 의념을 실은 목소리를 소녀에게 쏘아보냈다.

- 아이야. 네 바로 앞에 있는 큰 나무가 보이느냐?
"예! 할아버지"
- 그래. 그 나무가 바로 나란다.
"에?"

사도연의 입에서 당혹성이 튀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나무라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럴 수도 있지 뭐"라는 아이다운 단순한 생각을 하며 눈 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인 보리수를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연아!"

무슨 말인가를 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놓고 보리수를 향해서 뛰어가는 사도연의 모습에 놀란 설지가 그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안녕하세요"

한편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도연에 기이한 행동에 할 말을 잃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머리 속에서 말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니 이제는 보리수 앞에 가서 포권까지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여염집 아이가 사도연과 같은 행동을 했다면 당장 의원에게 데려가려고 했을 것이다. 한편 사도연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는 설지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조금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연아! 왜 그러니?"
"아! 헤헤. 내게 말을 건게 나무 할아버지야"
"뭐?"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나무 할아버지가 여기서 왜 나온단 말인가? 더불어 나무가 사람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듣도 보도 못한 사도연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연은 다시 보리수를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도와달라고 하셨죠?
- 그렇단다. 아이야!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요?"

- 나의 뿌리 밑에 물이 너무 많이 차서 지난 백년간 이를 다스리느라 고생했단다.
"아! 그래서요?"
- 허니 나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 주었으면 좋겠구나.

한편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도연을 보면서 초혜는 기막혀 했다.

"하! 하다하다 이제는 나무하고도 말을 하네. 언니는 저 녀석에게 도대체 뭘 가르친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진소청과 설지 그리고 초혜만은 사도연이 지금 나무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아이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초혜의 타박과 함께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보리수의 사정을 파악한 사도연이 고개를 돌려 설지에게 말했다.

"언니! 나무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뿌리 밑에 물이 너무 많아서 힘들데,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서 심어 달라셔"

그렇게 말하는 사도연의 말에 사람들은 기이한 표정으로 그녀를 살펴보고 있었다. 초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 너 어떻게 설지 언니도 못하는 나무하고 말을 하니?"
"응? 그야 청, 청 뭐더라?"

사도연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자 진소청이 도움을 주었다.  

"청출어람?"
"아! 맞다. 헤헤. 청출어람, 청출어람이야"

그 말에 초혜가 피식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어이쿠, 그러셔요?"

아옹다옹하는 둘을 보던 설지가 조용히 걸음을 옮겨서 보리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기감을 넓혀서 보리수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흙, 작은 돌, 작은 벌레, 큰 돌, 보리수 뿌리 등이 생생한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도연이 말한 뿌리 밑을 살펴보는 설지에게 지저를 흐르는 지하수가 느껴졌다. 그런데 그 양이 상당했다. 끝모를 지저에서 끊임없이 솟구치고 있는 듯 했다. 이를 확인한 설지가 펼쳤던 기감을 거두어들이고 돌아서자 소림사의 방장인 혜공 대사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소신녀의 말이 사실이외까?"
"예. 방장 스님! 상당한 양의 지하수가 보리수의 밑을 이렇게 지나가면서 흐르고 있네요."

설지가 지하수의 흐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자 탄식같은 불호성을 발하며 혼잣말하듯이 혜공 대사가 말을 이었다.

"아미타불! 그래서 여태껏 보리수가 그렇게 힘이 없어 보였던게로구나. 허허허"
"아무래도 옮겨 심어야 할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아미타불! 당연히 옮겨 심어서 평안하게 해드려야겠지요. 더구나 소신녀께 직접 부탁까지 하셨으니 말이지요"

혜공 대사가 보리수에게 공대를 하고 있었다. 사실 보리수는 그리 높이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하지만 소림사 대웅전의 앞 마당 한켠에서 자라고 있는 보리수는 이 장을 훌쩍 넘기는 크기로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때문에 대웅전 앞 마당에 자리하고 있는 보리수의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소림사에 없었다. 단지 소림사가 세워지기 이전 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해서 소림사의 승려들은 그동안 보리수를 귀히 여겨 정성껏 보살펴 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도연이 알려주기 전 까지는 보리수가 힘겨워한다는 것을 알지 못햇다. 흔히 영수들은 오랜 세월을 보낸 끝에 영성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성수의가에 그런 영수들이 있다. 헌데 나무 역시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영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처음 알려지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이제 겨우 여섯 살이 된 어린 소녀로 부터 말이다. 그 소녀가 다시 입을 열고 있었다.

"백년되었데"
"응? 뭐가?"
"뿌리 밑에 물이 차기 시작한게 백년이나 되었데"

사도연의 말에 헤공 대사의 입에서 침중한 불호가 흘러나왔다

"아미타불"

한편 소림사를 찾은 향화객들은 거듭되는 기사에 할 말을 잃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말하는 보리수에게서 신령스러움을 느낀 나머지 연신 합장을 하며 불경을 읊조리고 있기도 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322  (0) 2017.09.23
[무협 연재] 성수의가 321  (0) 2017.09.16
[무협 연재] 성수의가 320  (0) 2017.09.09
[무협 연재] 성수의가 319  (0) 2017.09.02
[무협 연재] 성수의가 318  (0) 2017.08.26
[무협 연재] 성수의가 317  (0) 2017.08.19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