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최고야!"

설지의 내력에 의해 지상으로 솟구친 지하수를 받아 마신 사도연이 양손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대답했다. 지하수에서 신령(神靈)의 정화라고 일컬어지는 감로수(甘露水) 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느껴졌던 것이다.

"언니! 이거 그대로 묻을거야?"
"응? 왜?"
"물 맛도 좋고 하니까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하자"

"그럴까? 방장 스님 생각은 어떠세요?"
"아미타불! 빈승도 같은 생각입니다. 본사를 찾으신 향화객들에게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대접할 수 있으니 이는 부처님의 은덕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아미타불!"

다시 한번 불호를 읊조리며 합장하는 혜공 대사를 향해 마주 합장하며 미소를 지어보인 설지가 입을 열었다.

"설아! 내려가서 빙하석균 채취 좀 해줘! 부탁해!"
"캬오!"

설지의 부탁에 기음을 토해낸 설아가 어디론가 훌쩍 날아갔다. 소림사 경내의 지리를 잘 아는 이가 보았다면 지금 설아가 날아가는 방향에 공양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사라졌던 설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커다란 대나무 채반과 함께였다. 공양간 앞 마당에서 채소를 말리고 있던 채반이었다. 한편 설아가 채반을 가지러 공양간 앞마당으로 날아 왔을 때는 마침 불목하니 하나가 채반에 널린 채소들을 살펴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작은 짐승 하나가 채반 하나를 들어올리더니 거기에 담겨 있던 채소를 다른 채반에 쏟아버린 후 채반을 가지고 다시 날아가 버리자 입을 딱 벌린 채 설아가 날아간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버버거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것이다. 하여튼 어렵지 않게 채반을 구해온 설아가 그걸 들고 보리수가 뽑혀져 나간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땅속에 묻혀 있는 암석에 붙은 채 자라고 있는 빙하석균을 따서 채반에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설지가 이번에는 초혜를 향해서 말했다.

"혜아! 넌 가서 커다란 바위 하나 구해와"
"바위? 바위로 뭘하려고?"
"바위를 다듬어서 음수대(飮水臺)를 만들려고 그래"
"아! 잠시만 기다려. 크고 튼튼한 놈으로 하나 가져올 테니까"

그렇게 말한 초혜도 날아 올랐다. 절정의 연대구품을 시전하며 숲속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한편 향화객들은 처음에는 작은 신수(神獸)가 날아갔다가 대나무 채반을 타고 다시 날아오더니 이번에는 초혜가 날아오르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림인들이 아닌 일반 양민들은 그 같은 모습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왔던 것이다. 계속되는 기사(奇事)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켈켈켈! 설지야, 향화객들을 너무 놀라게 하는게 아니더냐?"
"호호호, 그런가요? 하지만 저흰 성수의가예요. 이런 저희를 본 사람들은 경외감 같은 것을 가지게 될 테고 그러다 보면 병자들은 저희를 더욱 신뢰하게 되겠죠. 병자는 의원을 굳게 믿어야만 완치가 빠르답니다"
"엥? 이제보니 구미호가 따로 없구나. 켈켈켈"
"호호호"

그렇게 말했지만 호걸개는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허투로 이루어지는 게 없는 설지의 영민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설아가 빙하석균을 모두 채취한 후 다시 올라오기가 무겁게 커다란 바위 하나가 허공을 날아오고 있었다. 바위를 구하러 갔던 초혜가 다들 보란 듯이 커다란 바위 하나를 들고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저, 저.." 
"허!"
"와!"

그런 초혜를 향화객들이 토해내는 다양한 경탄성(驚歎聲)이 맞아주고 있었다.

"언니! 이거 어디 내려 놓을까?"
"우선 거기 옆에 내려놔"
"알았어"

그렇게 대답한 초혜가 들고온 바위를 구덩이 옆에 내려 놓자 쿵하는 둔중한 울림이 퍼져 나갔다. 그로 미루어 바위의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지 언니! 어떻게 만들거야?"
"우선 구덩이 속을 정리해야겠지"

설지의 손이 다시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음빙한지기가 섞여서 흐르는 지하수 위를 바위로 덮기 위해서 주변 정리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 모습을 본 초혜와 진소청도 함께 손을 움직여 돕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구덩이 속이 바위를 내려 놓기 적당할 정도로 다듬어졌다. 구덩이 속을 다듬은 설지가 이번에는 초혜가 가져온 바위 앞으로 가더니 다시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커다란 바위에서 숟가락으로 퍼내듯이 암석 뭉텅이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바위 속을 파낸 후 바닥에는 어린 아이 주먹만한 둘레의 작은 구멍 하나를 뚫어 놓은 설지가 이번에는 바위의 표면으로 손을 가져가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위 표면이 마치 대패로 민듯한 모양새로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표면을 모두 다듬은 설지가 바위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손을 바위로 가져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위의 표면이 깎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깎여나간 바위 표면이 무언가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슨 모양인지 알 수 없었으나 점차 설지의 손길이 잦아지자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위 전체가 커다란 연꽃 봉우리 모양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혜아! 굵은 대나무 좀 가져와"
"응! 조금만 기다려"

커다란 바위를 속이 빈 연꽃 봉우리 모양으로 만든 설지가 이번에는 대나무를 찾았다. 그러자 어딘가로 휙하고 날아갔던 초혜가 채 일다경도 지나기 전에 굵고 튼튼해 보이는 기다란 대나무 하나를 들고 돌아 왔다.

"언니! 여기"
"응! 고마워"

건네 받은 대나무를 반으로 쪼갠 설지가 그걸 가지고 연꽃 봉우리 모양으로 깎아낸 바위로 가져갔다. 그리고 봉우리 상단에 쪼개진 대나무를 가져가서 크기를 짐작해본 후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봉우리 모양의 상단에 반원형의 구멍 하나가 생겨났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대나무의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설지는 대나무를 통해서 바위에 담긴 물을 바깥으로 흘려보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설지가 몇걸음 뒤로 물러나서 연꽃 봉우리 모양의 커다란 대접으로 변한 바위를 향해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설지의 손에서 일반 양민들은 감지할 수 없는 희미한 기 같은 것이 흘러나와 바위를 감싸는가 싶더니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그렇게 들려진 바위는 허공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리를 찾는가 싶더니 서서히 구덩이 위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완전히 제자리를 찾은 바위 속으로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지하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설지가 반으로 쪼갠 대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바위 위쪽의 구멍과 연결하고 늘어 놓았다.

그런 대나무의 끝에는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을 작은 대접 모양으로 만들어서 받쳐 주었다. 향화객들이 작은 대접 모양의 암석에 담긴 물을 마실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향화객들이 서있는 회랑의 배수구와 연결되는 긴 배수구 까지 한꺼번에 만든 설지가 손을 탁탁 털며 사도연에게 말했다.

"연아! 어때?"
"우와! 멋져! 최고야"

사도연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짧은 시간에 훌륭한 음수대 하나가 소림사에 새로 생겨난 것이다.

"허허허! 수고하셨소이다. 아미타불!"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어디 도움 뿐이겠소이까. 신녀의 신기에 가까운 출수에 빈승은 오늘 개안을 한 기분이외다"
"호호호, 과찬이세요. 소림사의 정기가 워낙 순후하고 청정하여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설지와 혜공 대사가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사이에 설아와 사도연은 대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지하수에 손을 담그며 마냥 즐거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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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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