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초혜의 그런 난데없는 친절은 설지에 의해서 싹 무시당했다.

"동작 그만! 혜아 넌 안돼!"
"응? 난 왜 안돼? 지금 사람 차별하는거야. 그런거야?"
"호호호, 우리 혜아가 이 언니의 내심을 간파하는 걸 보니 이제 정말 죽고 싶은가 보구나"
"뭐?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할 말이 없으니까 횡성수설 하는거... 응? 킁킁, 이거 돈 냄샌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사찰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하겠지만 고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공양간의 음식이 성에 찰리 없는 초혜였다. 그래서 은근슬쩍 사도연과 묻어가려 했건만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려 하자 따지고 들었던 초혜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말을 하다가 말고 갑자기 무언가 냄새를 맡더니 돈냄새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진중하지만 청량한 기운이 얽혀있는 불호 소리가 설지 일행의 귀를 울리고 있었다.

"아미타불! 여기들 계셨습니까?"
"아! 방장 스님! 나오셨습니까?"
"방장 스님을 뵙습니다"

"방장 스님을 뵈어요"
"방장 스님! 안녕하세요. 헤헤"
"허허허. 네 분 간밤엔 잘 주무셨습니까?

"예. 저흰 편안하게 잘 잤습니다. 응?"

대답하던 설지의 눈에 혜공 대사 곁에 서있는 한 중년인의 모습이 들어 왔다. 화려한 비단 장포를 걸치고 있는 중년인은 호위 무사로 보이는 두 사람과 함께 혜공 대사의 곁에 서서 설지 일행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설지 일행과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어라라? 황금충 총관 아냐?"

설지와 마찬가지로 중년 사내를 발견한 초혜가 반색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만남이긴 했지만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이었기에 초혜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댓가는 설지의 알밤으로 돌아왔다.

딱!

"꺄르르"

초혜가 설지에게 한 대 맞고 이마를 열심히 문지르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는 사도연이었다.

"곽총관께 황금충이 뭐니, 어서 사과드려"
"아후! 아파라. 언니 자꾸 암습할거야?"
"죽을래?"

설지의 말에 초혜가 순식간에 손가락 열여섯 개를 만들어 보였다. 절정에 달한 금나수가 이상한 곳에 쓰이긴 했지만 사도연에게 배운 것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초혜였다. 그런 초혜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설지가 황금충이라고 불린 중년 사내에게 고개를 돌릴 때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하하! 괜찮소이다. 다들 뒤에서 저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개의치 마시지요"
"호호호. 죄송해요. 혜아가 철이 없어서 곽총관께 말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려요"
"하하하. 그러실 것 없다니까요. 뒤에서 수근거리는 것 보다 좋습니다. 삼공녀 께서 워낙에 기탄없는 분이기도 하니까 상관없습니다"

"오호호! 역시 천하상단 총관께서는 마음 씀씀이 부터 다르단 말야. 그런데 황금충 아,아니지 곽총관 아저씬 소림사에 어쩐 일이세요. 아니 그보다 언제 오셨어요?"
"오기야 어제 왔습니다만 세 분 공녀 께서 바쁘셔서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세 분 공녀 께서는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아! 그리고 보니 이 분 소공녀 께서 소문이 자자한 소신녀이신가 봅니다"

그랬다. 화려한 비단 장포를 걸치고 있는 중년 사내는 나라 하나를 사들이고도 남는다고 알려진 어마어마한 부를 자랑하는 중원 최고의 상단인 천하상단에서 총관을 맡고 있는 총관 곽운이었다. 화려한 사두 마차를 타고 마부석의 무인들을 재촉하던 이가 바로 그였으며 사람들은 그런 곽총관을 가리켜 황금충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곽총관이 돈의 흐름을 워낙에 줄줄 꿰고 있기도 했지만 돈이 될만한 곳에는 늘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 처럼 나타난다고 하여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사실 곽총관은 천하상단의 상단주로 부터 은밀하게 주안과 몇 개를 사들이라는 밀명을 받고 성수의가의 의행을 따라온 길이었다. 중원 전역에 걸쳐서 천하상단의 정보통이 산재해 있었기에 성수의가의 의행이 소림사를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당도한 소림사에서 천도재를 지내고 있던 설지 일행을 발견하고는 방해를 할 수 없었기에 만남을 하루 미룬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하룻밤이 지난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소림사 방장의 힘을 빌어 설지 일행을 만나고 있는 곽총관이었다.

"호호호! 맞아요. 연아 인사드려. 천하상단의 곽총관이셔"
"응! 안녕하세요. 전 사도연이예요"
"하하하, 소신녀를 뵙게 되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저는 천하상단의 곽운이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곽총관을 바라보던 사도연의 눈이 갑자기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무언가를 찾는 듯 곽총관의 위,아래를 훑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도연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곽총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여 제 몸에 이상한 것이라도 묻어 있습니까?"

그러자 사도연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초혜 언니가 황금충이라고 해서 그 신기한 벌레가 어디 붙어 있는지 찾아보고 있었어요. 헤헤"
"예? 하하하"
"호호호"

"호호호"
"오호호호"
"허허허"

사도연의 엉뚱한 말에 설지 일행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사도연이 멀뚱한 표정으로 웃는 사람들을 바라 보았다. 누가 봐도 명백히 '내가 뭘 잘못 말했나?'라는 표정이었다. 그 바람에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호호호. 진짜 벌레가 있는게 아니까 찾을 필요없어"
"아! 그러면 황금충은 뭐야?"
"그건 이따가 언니가 알려줄 테니까 넌 어서가서 밥 먹어"
"응! 설아 가자.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곽총관에게 인사를 남기고 뽀르르 달려가는 사도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설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면 다들 들어가시지요. 빈승이 근사한 식사를 대접할 테니 나머지 이야기는 드시면서 하시지요"
"예. 방장 스님"
"하! 근사한 식사라니..."

툴툴거리는 초혜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던 혜공 대사가 설지를 보며 말했다.  

"신녀! 오늘 점심은 본사를 찾아주신 귀빈들과 함께 했으면 하오이다"

혜공 대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설지와 함께 온 무림 명숙들 대부분이 공양간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고 전부 성수표국이 사용하는 소연무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귀빈을 맞은 소림사 방장의 입장에서는 남들 보기도 그렇고 해서 귀빈들을 한 자리에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하려는 것이었다.

"예! 방장 스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 어? 그러면 점심도... 아휴!"
"허허허"

초혜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결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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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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