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설지 일행과 혜공 대사가 공양간에서 자리를 잡고 앉는 그 순간 성수표국 일행이 숙영지로 사용하고 있는 소림사 경내의 소연무장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사방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소연무장의 한 켠에서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구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오늘 아침 이전 까지만 하더라도 소림사 경내에서 이처럼 멧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육식이 엄격히 금지된 소림사 경내에서 그 같은 만행이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었다.

그뿐이랴. 그 같은 만행을 를 지켜보는 소림사의 승려들도 코를 막고 외면만 할 뿐 그 누구도 나서서 만류하는 이가 없었다. 이 같은 만행이 저질러 질 수 있었던 것에는 소림사에서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야 어찌어찌 채식을 권할 수도 있겠지만 용아나 호아 그리고 백아와 같은 영수들에게 까지 육식을 권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소림사에서는 성수표국이 숙영지로 사용하는 소연무장에서 만큼은 당분간 육식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소림사의 그런 결정은 영수들을 위한 조치였지만 결국 사람들을 위한 조치로 변질되고 말았다. 모닥불에서 구수하게 익어가는 멧돼지를 보며 군침을 삼키는 철무륵이나 호걸개의 표정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었다.

"켈켈켈! 얼추 다 익었을 것 같지 않나?"
"제가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호걸개의 기대어린 표정을 뒤로 한 채 철무륵이 구워지고 있는 멧돼지의 옆구리 쪽으로 다가가 대나무 젓가락 하나를 깊숙히 찔러 넣었다. 고기가 제대로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어떤가?"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켈켈켈. 좋구먼"

철무륵의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인 호걸개가 멧돼지 고기 앞으로 성큼 다가가려는 순간 낭랑한 음성 하나가 그런 호걸개의 손을 붙들었다.

"할아버지~"
"엥? 연이 아니냐?"

호걸개의 말대로 낭랑한 음성의 주인공은 사도연이었다. 소연무장으로 달려 들어오는 사도연의 모습이 멧돼지 고기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할아버지~"
"어이쿠, 인석아! 그러다 넘어질라"
"헤헤. 괜찮아요. 어? 고기다"

"켈켈켈, 그래 고기다. 고기! 헌데 언니들은 어쩌고 너 혼자 온게냐?"
"언니들은 방장 할아버지하고 공양간에서 먹는다고 했어요"
"그래? 이상한데? 설지는 그렇다고 해도 초혜는 그럴 리가 없는데?"

"초혜 언니는 도망치려다가 설지 언니에게 붙잡혔어요. 헤헤"
"엥? 켈켈켈"
"크하하. 그 녀석 표정이 볼만했겠구나" 

호걸개와 철무륵이 좌절하는 초혜의 표정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릴 때 사도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마치 안쓰럽다는 듯 한 표정이었다. 그런 사도연의 표정을 본 호걸개가 갑작스럽게 불길함이 이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런 호걸개의 얼굴에는 아니기를 바라면서 설마 하는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그 설마가 사도연의 말에서 사실로 확인되고 말았다.

"왜 그러는게야?"
"이따가 점심은 방장 할아버지랑 함께 드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그게 무슨 말이냐?"

"뛰어 오면서 들었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은데 방장 할아버지께서 점심은 전부 함께 드시자고 그러시는 것 같았거든요"
"그, 그게"
"이런 젠장!"

사람들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뛰어 오면서 들었다고는 하지만 상황을 헤아려 보면 아닐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좌절하는 사람들 앞으로 잘 구워진 멧돼지 고기가 밥과 함께 차려지고 있었다.

"우와! 밥이다"

사도연이 감탄을 터트리면서 밥을 먹기 시작하는 순간 호걸개는 엉뚱하고도 위험한 발상을 입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이보시게, 총표파자!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고 하잖던가?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중놈들에게 고기나 잔뜩 먹여 볼까?
"예? 크하하하,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군요"
"에잉! 참! 설지 녀석은 오늘 부터 진법을 설치한다고 하더냐?"

볼이 미어터지도록 입 속으로 고기를 밀어넣고 있던 사도연이 호걸개의 말에 작은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

재차 이어지는 호걸개의 말에 고기를 꿀꺽 삼킨 사도연이 대답했다.

"극음빙맥을 먼저 찾아야 된다고 했어요"
"극음빙맥?"
"예. 극음빙맹과 진법을 조합해서 살아있는 진법을 만드다고 했어요"

"호!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진법일 것 같구나"
"헤헤. 그럴 거예요"
"허면 진법 설치는 당분간 미뤄지겠구나"

호걸개가 그렇게 말하자 작은 머리를 주억거린 사도연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병자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아서 바빠질거라고 했어요"
"그렇겠지"
"아 참! 그리고 설지 언니는 돌아갈 노자가 부족한 병자들도 걱정이라고 했어요"
"그래? 하긴 성수의가의 의행이 당도했다면 먼길 마다않고 찾아올 병자들이 있겠지"

사도연이 설지와 나누었던 말들을 두서없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호걸개는 어렵지 않게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철무륵이 혼잣말 하듯이 불쑥 끼어 들었다.

"노자 정도는 돈 많은 놈들 주머니를 털면 간단히 해결될 일 같은데..."

철무륵의 그 같은 말을 듣고 있던 사도연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돈 많은 놈들이라는 말에 어떤 이들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점심 시간에 공양간으로 가는 길목에서 사람들은 작은 산적 둘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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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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