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설지와 대화를 나누는 초혜를 보고 있던 사도연은 잠시 새치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다시 말했다.

"흠흠, 이봐, 거기! 그만 떠들고 통행세나 내시지?"
"이봐? 거기? 죽는다, 진짜"

발끈하는 초혜의 말을 싹 무시하며 사도연이 설아를 보며 말했다.

"이럴 때 뭐라고 하지?"
"캬오오!"
"아! 헤헤, 시끄럽고 통행세나 빨리 내시지"
"아휴! 저게 정말"

사도연과 초혜가 옥신각신하며 말다툼으로 대치하고 있을 무렵 때 마침 경총관이 걸어와서 멈춰서고 있었다. 그런 경총관의 기척을 읽은 초혜가 뒤돌아서자 경총관이 입을 열었다.

"막내 아가씨! 예서 뭐하시는겁니까?"
"아! 오호호, 경총관 마침 잘 오셨어요. 혹시 수중에 철전 가진거 좀 있으세요?"
"예? 철전이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초혜의 뜬금없는 철전 타령에 어리둥절한 경총관의 눈에 사도연과 설아가 자신을 향해서 양손을 마구 휘젓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대답하려는 경총관의 모습을 본 초혜가 빠르게 몸을 돌렸다. 마치 휙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 빠른 동작이었다. 하지만 초혜가 돌아섰을 때는 이미 사도연과 설아가 먼산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 모습이었으나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었기에 다시 몸을 돌리는 초혜였다.

"저기 뒤에 작은 산적 둘 보이죠?"
"예? 예!"

작은 산적들이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지만 짐작컨데 사도연과 설아를 가리키는 것 같았던 경총관이 엉겁결에 대답했다.

"저 산적들이 통행세로 철전 하나씩을 내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하니까 어쩌겠어요? 수중에 철전 있어요?"

그제서야 대충 어떻게 된 사정인지 짐작이 간 경총관이 입을 열려고 하자 다시 사도연과 설아가 맹렬히 양손을 휘젓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경총관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하고 있었다.

"이거 참! 지금은 은자말고는 가진 철전이 없습니다."

경총관은 귀여운 작은 아가씨에게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그런 경총관의 대답을 들은 사도연과 설아가 희희낙락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빈 전낭 하나를 손에든 설아가 복면을 쓴 채 나비들의 경계선을 날아서 넘은 후 설지와 초혜 그리고 진소청의 앞으로 전낭을 내밀었다. 그러자 수중에 철전이 없었던 설지 일행은 금자나 은자를 하나씩 꺼내 전낭 속에 넣어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수중에 금자 밖에 없었던 초혜는 무지하게 아깝다는 표정을 얼굴에 팍팍 드러내며 신경질적으로 전낭에 금자 하나를 처박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채워진 전낭을 들고 무게를 잠시 가늠해보던 설아가 왔던 곳으로 다시 표표히 날아갔다.

"다 채웠어?"
"캬오"
"헤헤. 어디 봐. 우와! 우리 부자다. 꺄르르르"

"캬오오!"
"헙! 헤헤. 흠흠. 오늘 영업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다. 본좌는 협조해주신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 그럼"

통행세를 챙긴 사도연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바위 뒤로 몸을 숨기자 길을 막고 있던 나비들도 일제히 날아올라서 길을 열어주었다. 멈춰섰던 사람들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길 옆의 바위 뒤에서 작은 얼굴 하나가 다시 빠져나왔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사도연이 복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어? 언니다.  헤헤"

마치 처음본다는 듯한 사도연의 말에 초혜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저거 곰이 아니라 여우 같은데?"
"크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초혜의 말에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웃음을 터트리자 바위 뒤에서 빠져나온 사도연이 '다들 왜 그러지?'라는 듯 멀뚱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설지에게 뽀르르 달려가 품에 안겨들었다.

"언니 밥먹으러 가는거야?"
"응! 우리 연이도 밥먹어야지?"
"응! 헤헤. 빨리 가"

한바탕 산적 출물 소동을 겪은 일행들이 공양간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비워둔 탁자 쪽으로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자 음식들이 속속 탁자 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래봤자 소채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차려지는 음식들을 보고 있던 설아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접시에 담긴 소채들을 모아서 탁자 위에 넓게 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순식간에 넓고 둥근 형태의 소채 무더기가 하나 생겨났다. 그런데 그런 소채 무더기는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설아가 계속해서 둥글게 편 소채 무더기를 늘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채 무더기가 무려 십여 개 쯤 되자 그제서야 손을 탁탁 털며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설아였다. 사람들은 그런 설아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며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잠시 후 설아가 픽하고 꺼지듯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양간 밖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저 녀석 어딜 가는거야? 이건 또 뭐고?"

초혜의 의아함은 다른 이들이 가진 의아함과 동일했다. 물론 잠시 뒤 다시 돌아온 설아에 의해서 그 의아함은 곧 풀릴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오는 설아의 뒤로는 잘 구워진 닭과 오리가 날개도 없이 기름을 뚝뚝 흘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온 날개없는 닭과 오리들은 탁자 위에 둥글게 펴진 소채 무더기 위로 하나씩 내려앉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설아가 무얼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닭고기와 오리 고기를 소채로 숨기려고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짐작대로 설아는 소채를 이용하여 닭과 오리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정성을 다해서 닭과 오리들을 소채로 꾹꾹 동여매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후 사람들의 앞에는 둥근 소채 덩이 십여 개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그 속에는 닭과 오리가 둥지를 찾은 듯 편안하게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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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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