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객잔에 함께 있던 일행들은 초혜의 행동을 보고 직감적으로 사도연과 관련된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가장 먼저 철무륵이 설지에게 전음을 날렸다.

- 무슨 일인게냐?
- 령령이 사라졌어.
- 뭐라고? 밍밍 녀석이랑 같이 있었던게 아니더냐?
- 맞아. 헌데 밍밍이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사라졌다나 봐.
- 허! 큰일이구로나, 연이가 알면 무척 놀랄터인데...

철무륵과 잠시 전음을 주고 받은 설지는 다른 일행들의 표정에서도 의아함이 드러나 있자 일행 모두에게 마음으로 뜻을 전달하는 혜광심어를 통해 짧게나마 그 내용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머리 속에서 울리는 설지의 혜광심어를 듣고 있던 일행들 중에서 일부가 흠칫했다. 설지의 혜광심어를 들으면서 고개를 돌리던 그들은 상대방도 자신 처럼 설지로 부터 전해지는 혜광심어를 듣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공력이 절대지경에 달한 고수라면 소리가 사방에서 울리도록 하는 수법인 육합전성을 응용한 전음입밀 정도는 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금 설지가 시전한 혜광심어는 그런 전음입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깨달음의 무학인 것이다. 설지가 동행한 일행들 중에서 몇몇을 기함하게 만들어 놓는 사이에도 사도연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오리 고기를 찢어서 설아의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비아와 금아가 잠시 자리를 비운 탓에 더 이상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사이 좋게 오리 고기를 나눠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같은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초록이 두장성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일어선 두자성은 설지에게 전음을 날렸다.

- 아가씨! 소인도 나가서 찾아보겠습니다요.
- 그래주시겠어요? 부탁 드릴게요.
- 예. 아가씨. 그럼 다녀오겠습니다요.

두자성 까지 령령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서던 그 시각 소동을 일으킨 작고 귀여운 당나귀 령령은 소림사로 올라가는 숭산의 초입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사두마차의 뒤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령령이 이처럼 마차의 뒤를 따라 가는 이유는 사두마차를 사방에서 보호하듯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무인들의 모습이 중원의 무인들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등봉객잔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던 령령은 사두마차 한 대를 포위하듯이 하고서 움직이고 있는 이십여명의 무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복장이 조금 특이했다.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병장기는 물론이고 머리에서 발 끝 까지 온통 백색으로 치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록이 두자성과 비교되는 그 모습에 호기심을 잔뜩 느낀 령령은 무턱대고 마차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사정이 그렇게 된 것이다. 한편 마차를 따라서 움직이는 백색의 무인 가운데 하나가 아까 부터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는 작은 당나귀 한 마리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대주! 저 녀석이 아까 부터 계속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무인의 말에 대주라고 불린 무인이 령령을 향해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신경쓰지 마라. 어린 당나귀가 위해를 가할 것도 아니고 우리는 소궁주님의 안전이 우선이다."
"예. 그렇긴 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걸음을 옮기면서 그렇게 말하는 무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대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가 신경 쓰인다는..."

말을 이어가던 대주의 고개가 창공으로 빠르게 향했다. 날카로운 기음이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던 것이다. 그 소리는 분명 매의 울음소리였다. 이에 대주를 비롯한 백색 복장의 무인들이 잔뜩 긴장한 채 사주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머리 위 창공에서 천천히 선회하고 있는 매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자신들의 위치를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혹여 추적자가 따라 붙었다면 큰일인 것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울음소리의 주인은 추적자가 보낸 것이 아니라 령령을 찾아나선 비아였다.

등봉현의 골목을 샅샅이 훑어 보았던 비아는 어디에서도 령령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자 소림사로 향하는 숭산의 초입으로 날아온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령령을 발견한 비아는 초혜를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비아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금아에게 전달되었다가 다시 초혜에게로 전해질 것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가장 먼저 장내로 날아내린 것은 다름아닌 초록이 두자성이었다.

밍밍과 함께 등봉현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두자성은 비아가 숭산의 초입에서 날카롭게 기음을 터트리자 곧바로 경신술을 전개하여 백색 복장의 무인들이 보호하고 있는 사두마차 앞으로 달려온 것이다. 한편 머리 위 창공에서 천천히 선회하는 매로 부터 신호를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무인이 장내로 날아내리자 백색의 무인들은 저마다의 병장기로 손을 가져갔다. 여차하면 바로 손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장내로 날아내린 무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백색의 무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멋들어진 경신술로 날아내린 무인의 복장이 머리에서 발끝 까지 온통 녹색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 무인은 자신들은 아예 상대하지도 않고 작은 당나귀를 향해서 곧장 입을 열고 있었다.

"령령 이 녀석! 혼자 이렇게 무작정 나오면 어떻게 해"

두자성이 짐짓 화난 것 처럼 목소리를 크게하자 그제서야 자신이 객잔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깨달은 령령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마도 밍밍을 찾는 듯한 그 모습에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린 두자성이 다시 말했다.

"밍밍을 찾는게냐?"
"푸르릉"
"곧 올게다."

두자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당나귀 한 마리가 장내에 도착했다. 그 당나귀는 헐레벌떡 달려온 밍밍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초혜가 도착했고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 창공에서 선회하고 있던 비아도 금아와 함께 날아 내렸다.

"령령! 너 이자식, 죽을래?"

양쪽 옷소매 까지 걷어 올리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초혜의 모습에 놀란 령령이 뒷걸음치며 밍밍의 곁으로 다가갔다. 한편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사태를 접한 백색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초혜와 두자성 등의 모습이 무척 낯설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칼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무인이라면 주위의 다른 무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을 처음 부터 자신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작하려는 수하를 제지하고 대주가 한 걸음 나서서 초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온통 초록색 일색인 괴상한 놈이 공손히 대하는 것으로 보아 상전인 듯 했기 때문이다.

"소저! 실례하오이다"
"뭐예욧! 아! 호호호, 죄송해요"

말도 없이 가출한(?) 령령 때문에 잔뜩 화가난 초혜는 누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자 뾰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소금덩어리에게 사과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두자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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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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