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아~"

옷소매에 새겨진 앙증맞은 제비 한마리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 사도연의 목소리에서는 생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달리느라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삐끗하며 몸의 중심이 잠시 흐트러지기도 했다. 바로 그때 홍아의 커다란 몸이 빠르게 옆으로 다가와서 사도연의 몸을 받쳐주는 모습이 중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허!"
"허허허!"

사도연과 천년오공이 서로 만난지 불과 일각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일각이라는 시간은 영물과 인간이 친해지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년오공이 사도연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이 탄성을 터트린 것이다.

"그것 참, 영물과 금방 친해지는 것도 재주는 재주다"

 호걸개의 이 같은 말이 중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홍아! 고마워"

사도연의 말에 홍아의 커다란 입이 벌어지며 이상한 기음이 흘러 나왔다.

"키에엑"

아마도 사도연의 말에 즐거워 하는 듯 했다. 그런데 그런 홍아를 아주 심하게 째려보는 이가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사도연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설아가 홍아를 보면서 날카로운 시선을 흘려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조금 전에 사도연이 삐끗했을 때 설아가 자연스럽게 날아 올라서 사도연을 붙잡으려 했었다.

그런데 그런 설아 보다 한발 먼저 홍아가 움직여 사도연의 몸을 받쳐주자 그 모습을 본 설아의 눈 주위가 한 차례 꿈틀했었다. 자신의 할 일을 뺏긴 것 같아서 은근히 화가 났던 것이다. 그 때문에 한동안은 홍아를 바라보는 설아의 눈빛이 곱지 않을 듯 했다. 이른바 영수들의 서열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결과야 설아의 승리로 마감되겠지만 말이다.

"연아! 괜찮니?"
"응! 홍아가 잡아 줬어, 아! 그보다 이거 봐봐"
"응? 뭘?"

설지는 사도연이 내미는 오른손을 보다가 옷소매에 수놓아진 작은 제비 한마리를 볼 수 있었다.

"어머! 예쁘구나"
"그렇지? 헤헤, 소홍 언니가 수놓아 줬어. 그리고 내 옷에는 전부 다 수놓아 준댔어"
"그랬구나. 우리 연이는 좋겠네"

"응! 헤헤헤."
"켈켈켈! 이제 보니 소홍이 솜씨가 제법이구나"
"그렇습니다. 어르신!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모습이로군요"

사도연의 옷소매에 수놓아진 작은 제비를 보면서 중인들이 한마디씩 감탄성을 토해내고 있을 때 너덜너덜해진 옷을 갈아 입은 초혜가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뭐야? 왜 이리 소란스러운거야?"
 
감탄성을 터트리는 중인들 사이에서 고개를 길게 뺀 사도연이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서 시선을 던지자 그곳에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도연을 볼 수 있었다.

"뭔 일이데?"
"응? 초혜 언니! 이것봐"
"뭔데? 응?"

사람들을 비집고 다가온 초혜에게 사도연이 자신의 옷소매를 내밀었다.

"예쁘지?"
"예쁘긴하네, 누구 솜씨야?"
"소홍 언니가 해줬어"
"그렇군. 그보다 너 아까 장포를..."

조금 전에 자신이 걸치고 있던 장포를 젖혀버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속살을 노출하고 말았던 초혜가 그렇게 말하면서 알밤을 먹일려는 듯 손을 들어 올리자 시도연은 순식간에 설지의 뒤로 가서 숨었다. 그리고는 혀를 한번 내보이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무량수불! 소요선자께서는 조금 진중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의젓하게 말하는 사도연을 보면서 쌍심지를 켠 초혜가 말을 이었다.

"언제는 소요나찰이라며?"
"무량수불! 오해이십니다"

이에 사도연이 점잖게 맞받아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켈켈켈"
"크하하하"
"호호호"
"허허허"

짹짹짹! 포르르릉! 삑삑삑!

아침을 깨우는 이름모를 새소리와 함께 마화이송단의 숙영지도 함께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숙영지의 중심 부분에 있는 하나의 천막에서 유독 시끄러운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야! 이 자식, 너 안나가?"
"초혜 언니! 홍아에게 왜 그래?"
"내가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 너도 한 번 생각해봐. 눈을 떴는데 눈 바로 앞에 커다랗고 흉측한 얼굴 하나가 기척도 없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놀라겠어? 안놀라겠어?"

초혜는 정말 깜짝 놀랐다. 간밤에 편안하게 자고나서 잠결에 눈을 뜨니까 눈 바로 앞에서 홍아의 흉측하고 거대한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잠결에 얼마나 놀랐겠는가. 아침 댓바람 부터 길길이 날뛸만 했던 것이다. 다만 그런 초혜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도연만 아니라면 말이다.

"아가씨! 홍아도 탈피를 하면 몸이 작아질까요?"
"글쎄? 어쩌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무슨 소리야! 안돼,  절대 안돼. 저 늠름한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데 그래"
"방금 놀라서 나가라고 고함친 사람이 누구더라?"

사도연의 정확한 지적에 한 번 째려봐 준 초혜가 거듭 안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홍아는 안돼. 흉폭살벌늠름한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쭉 유지하게 할거야"
"그것도 좋긴 한데 우리와 같이 있으면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많으니까 그런거 아니니"
"에이 참, 청청 언니도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숲에 숨어 있으라고 하면 되잖아"

초혜의 그 같은 주장에 설지에게 시선을 돌린 진소청이 다시 말했다.

"아가씨 생각은 어떠세요?"
"글쎄 탈피를 한다고 해서 몸이 작아진다는 보장은 없으니 당분간은 그대로 지내 보는게 어떨까?"
"그럼! 그럼! 그렇게 하자고. 야! 너 빨리 안나가?"

초혜가 홍아를 보고 빽 고함을 치자 천막 안으로 삼분지 일 쯤 들여놓았던 자신의 몸을 그제서야 뒤로 슬그머니 물리는 홍아였다. 그 바람에 천막 한쪽이 누군가가 들어올린 것 처럼 위로 들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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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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