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가을, 이맘때 쯤이었을 것이다.
'스틱스(Styx)'의 'Kilroy Was Here' 음반이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금은 옷가게로 변해버렸지만, 대구 지역 고교생들의 단골 미팅 장소로 애용되던 런던 제과의 맞은 편 쯤에 위치해 있는 동성로의 지구 레코드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다.

가게를 지키고 있던 누나에게 "스틱스 음반 있어요?" 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가게를 차지하고 있는 음반들로 눈길을 돌리며 음반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었다. 가게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음반들을 쭉 더듬어가던 내 눈길은 보통의 음반들에 씌어져 있는 투명한 비닐과는 다르게 푸른 색이 감도는 비닐 포장의 음반들이 몇장 꽂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신기함과 궁금함에 그 음반을 빼들고 살펴보려는 순간 가게의 점원 누나가 말을 걸어왔다.

'저 스틱스라고 했지예? 스틱스는 없고 '트릭스(Trix)'는 있는데예.'

오! 이런....
별다른 말없이 받아든 트릭스 음반의 커버에는 그 당시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던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의 귀여운 세쌍둥이 아가씨가 웃는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손에는 조금전 빼들었던 푸르스름한 비닐 포장의 음반이 들려있었는데, 그 음반은 바로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예스(Yes)'의 'Classic' 음반이었다.

그렇게 세명의 귀여운 아가씨와 예스를 처음 만나던 그 무렵, 바다 건너 서양에서는 서쪽 하늘을 찬란하게 수 놓으며 하드 록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밴드가 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마지막 뒷 그림자를 길게 남기며 사라져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제2기 '딥 퍼플(Deep Purple)'의 황금 시대를 주도했던 팬더 기타의 제왕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의 밴드인 레인보우였다.

왜 밴드 이름을 레인보우로 정했을까?
혹시라도 밴드 이름에서 '파랑새를 쫓아서 무지개 넘어 낙원으로...' 이런 거창한 의미를 기대하신 분이 계시다면 일찌감치 깨어 나시기 바란다. 레인보우라는 밴드 이름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술집의 이름인 '레인보우 바 앤 그릴(Rainbow Bar & Grill)'에서 착상하여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평소에 레인보우라는 이름을 마음에 들어했던 리치 블랙모어가 특별한 의미없이 술집 이름을 가져와서 밴드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 뭐 있어, 한잔하는거지!'

제1기 레인보우 (Rainbow)

높다란 통굽 부츠에 가죽 의상, 그리고 보기 좋게 물결치는 긴 머리와 팬더 기타로 대변되는 리치 블랙모어는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헤비메탈 밴드로 기네스 북에 등재되었던 딥 퍼플의 황금 시대를 주도 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멤버들과의 잦은 마찰로 인해 리치 블랙모어는 1975년 초에 딥 퍼플을 탈퇴하게 된다. 딥 퍼플 탈퇴 후에는 딥 퍼플의 미국 순회 공연시에 오프닝 공연을 맡아 주었던 미국의 하드 록 밴드 '엘프(Elf)'를 자신이 구상하고 있던 밴드의 멤버로 고스란히 기용하여 레인보우를 탄생시켰다.

헤비메탈 팬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 보컬)'를 포함한 엘프의 구성원으로는 '크레이그 그루버(Craig Gruber, 베이스)', '미키 리 소울(Mickey Lee Soule, 키보드)', '게리 드리스콜(Gary Driscoll, 드럼)'이 있었는데 리치 블랙모어는 이들과 함께 5인조의 하드 록 밴드 레인보우를 출범시켰던 것이다.

레인보우는 '데이빗 윌러드선(David Willardson)'이 그린 아름답고 동화적인 표지의 음반 'Ritchie Blackmore's Rainbow'를 1975년에 발표하면서 하드 록계에 데뷔하게 된다. 이 음반은 이른바 바로크 록의 명반이라는 이름으로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음반으로 우리나라 팬들에게 압도적으로 사랑받는 트랙 'The Temple Of The King'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발라드 곡인 'Catch The Rainbow'와 전설적인 밴드 '야드버즈(Yardbirds)'의 곡 'Still I'm Sad', 그리고 답답한 가슴을 후련하게 뚫어주는 'Man On The Silver Mountain' 같은 멋진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1집 : Ritchie Blackmore's Rainbow (1975년)


1. Man On The Silver Mountain
2. Self Portrait
3. Black Sheep Of The Family
4. Catch The Rainbow
5. Snake Charmer
6. The Temple Of The King
7. If You Don't Like Rock N Roll
8. Sixteenth Century Greensleeves
9. Still I'm Sad




레인보우에 대한 이야기가 국내 웹에도 많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의외로 거의 없군요.
그래서 다들 너무도 잘 아시는 그룹 레인보우의 이야기를 한글로 편하게 읽어 보시라고 준비했습니다. ^^
글에 인용된 많은 부분들은 아이언 메이든의 글과 마찬가지로 공식 홈과 팬들의 웹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혹시 삐딱선을 탄다거나, 심각한 자맥질이 있을 경우 바로 알려주시면 확인후 즉각 수정하겠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최초 글 작성일 : 2005/09/20 15:48

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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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on 2011.07.30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팟에 레인보우 앨범 전집을 넣어 가지고 다닙니다.
    오래전에 쓰신글 같은데요,,, 왜 제가 이제야 보게 되었는지,,,
    좋은 내용 잘 읽겠습니다.

  2. 모터헤드골수팬 2017.09.25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앨범에서 저는 16세기 초록소매 를 가장 좋아합니다